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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18. 2021

고민 상담과 험담, 두 갈래 사이에서

선을 넘느냐 마느냐는 한 끗 차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 어찌 되었든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중심으로 뭉친다. 오죽하면 누군가와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공공의 적을 두고 뒷담화를 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겠는가. 그만큼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항상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선다.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것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야기를 듣거나 말하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뭉치는 것은 그 속에서 각자의 지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 ‘공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줄 사람 어디 없나?’ 하는 사람들은 자꾸 입을 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어디 나 같은 일 겪은 사람 없나?’ 하는 사람들은 말하는 이들의 소리에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입을 열거나 귀를 기울이는 행위가 ‘공감'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사람들이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연애사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연인과 다투고 혼자 속으로 담아두기에는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을 때, 연인과 대화를 해서 빨리 풀고 싶은데 그 사람은 자꾸 회피하기만 할 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할 때 누가 더 상식에 부합하는지 알고 싶어지는 경우에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연인과의 일을 털어놓는다. 결국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타인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나아가 위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특성상 공감을 바라는 태도는 아주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은 연인과의 갈등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고개를 든다. 그리하여 공감과 위로를 바라면서 타인에게 갈등과 문제 상황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우리는 ‘고민 상담'과 ‘험담'이라는 선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적당한 선을 지키면 그저 조언을 얻기 위해 시작한 고민 상담 정도로 마무리 할 수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자칫 내가 선택한 나의 연인을 험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선을 지킨다'라는 말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그럼에도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굉장히 잘 털어놓는 쿨한 사람이 있다. 말투도 태도도 굉장히 쿨하기 때문에 그 지인이 하는 말은 험담이어도 험담처럼 들리지 않는 묘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이가 자신의 연인과 있었던 다툼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 무의식적으로 ‘저럴 거면 왜 계속 만나지? 저렇게 싫은 점이 많은 사람하고 어떻게 계속 사귈 수 있어? 욕할 시간에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 더 나을 듯'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차!’ 싶은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저 사람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 남자친구에 대해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는지, 객관적 조언을 얻고 싶다는 허울 좋은 이유를 들어 남자친구를 나쁘게 말하면서 사람들이 내게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파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는지, 정말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떳떳해서 상대방에 대해 안 좋게 말한 건지, 우리 사이의 갈등이 정말로 우리 두 사람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 것인지. 


속상한 마음에 누군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또 공감을 통해 위로 받고 치유받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만 이것이 도를 넘고 선을 넘는 순간, 도리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아가 나의 연인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가며 까이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는 것도.


항상 ‘정도’를 지키는 것,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막 대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그녀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것. 연인 사이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우리'를 위한 것이라면, 고민 상담과 험담이라는 두 갈래 사이에서 어디로 향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자세가 늘 필요할 것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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