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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22. 2021

결혼 전 3종 서류 확인은
선택? 필수?

어디까지가 믿음의 영역인지 궁금해진다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기쁘고 슬프고 어렵고 힘들고 때론 안도하다가도 불안해하는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의 견고한 사랑과 더불어 언제나 서로를 보듬고 품어줄 것에 대한 확신은 적잖은 시간과 믿음이 층층이 쌓여야 가능하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쌓아온 믿음과 신뢰로 말미암아 '아 이제는 이 사람과 남은 여생을 함께 해야겠다'라는 내적 확신을 가지고 결혼이라는 문턱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은 신뢰와 믿음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는 별개로 현실은 항상 우리에게 정신 좀 차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라며 채찍질을 한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이 사람이 정말 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된 모습만 보여주었는지, 숨기는 것은 없는지, 내가 더 자세히 알아볼 만한 것들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면서 말이다.



실제로 결혼을 앞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결혼 전에 세 가지 정도의 서류를 보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결혼한 친구로부터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패키지가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2세 문제도 있고 혹여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다면 한 가정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기에 건강검진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확인해야 하는 ‘공적인' 서류가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숨기고 있는 부채는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금융거래내역서를 떼어본다던가 전과가 있는데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확실히 하기 위해 범죄경력조회까지 한다고 한다. 나로서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지인들은 “요즘 세상이 하도 투명하지가 않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고, 서로 서류 떼어서 보여주고 깨끗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좋지"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서류를 요구하셨다는 지인의 경우에는 “내 자식이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인생에 실패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시는 거라서 나도 자식 된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해. 머리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길 원한다. 그래서 미리 예방할 수 있길 바라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손으로라도 마구 퍼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결혼 앞에서 한없이 쪼그라들고 속 태우고 재고 또 재는 게 우리들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같이 살 거예요!”를 외치고 시작하는 이상, 결혼 생활이 실패로 끝날 경우 그 결과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실패해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의문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건 왜일까. 아마도 ‘나라면 내 예비 배우자에게 3종 서류를 떼어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과 미안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으로 시작된 사이이고 그 사랑이 무르익어 결실을 맺는 것이 결혼인데, 왠지 이제 막 살이 차오르려고 하는 과실을 덥석 가지에서 떼어내어 성급하게 껍질을 까 입에 넣는 것 같달까.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이해가 되고 나 또한 결혼 후에도 실패하지 않는 삶의 모습을, 행복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적인 서류 같은 것을 요구하면서 불신하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얕은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이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아주 오랜 시간을 곁에서 지켜본 몇십 년 지기에게도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고, 피와 살을 나눈 가족들에게도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다. 작정하고 감추면 당연히 나로서는 당연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먼저 공적인 서류와 증명할 거리들을 챙기기보다는 그전에 믿음과 신뢰, 진실에 접근하려는 태도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공적인 서류와 증명서가 주는 신뢰도 좋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오갈 수 있는 단단한 믿음이 때론 언 땅을 녹이는 봄비처럼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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