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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5. 2021

입맛이 너무 안 맞는 우리,
계속 만나도 괜찮을까?

다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영화, 음악, 취미, 운동, 식성, 성향, 종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일의 연속인 것만 같을 정도로 사람은 정말이지 제각각이다. 이것을 우리는 ‘개성'이라고 일컫고, 개성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친구나 직장 동료, 선후배 정도의 사이에서는 서로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더라도 큰 문제로 비화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데, 쟤는 저러하구나.’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너무 부딪히는 일이 많다면 서로 좀 떨어져 지내면서 서서히 멀어지거나 자주 만나지 않으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사이라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가 한 번쯤 양보하고 넘겨버리는 때도 있다. 하지만 매일 혹은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는 사이라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둔 남자와 입맛과 식성 차이가 심해 파혼을 고민 중이라는 사연을 보게 되었다. 글의 작성자는 자신과 친정 식구들은 해산물을 즐겨 먹는데, 예비 신랑은 물에서 나는 것이라면 단 하나도 입에 대지 못하고 심지어 냄새도 못 맡을 정도라고 하며 이 차이를 평생 맞춰나갈 자신이 없다며 불만과 걱정을 토로했다. 이 글에는 몇 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많은 댓글 수 만큼이나 다양한 견해가 서로 대립했다. 연애 중이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 혹은 이미 결혼한 부부가 서로 다른 점 때문에 갈등 중이라는 글은 많이 봤지만, 이 글 만큼은 너무 공감이 되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해산물을 거의 먹지 못한다. 논란의 글에 등장하는 예비 신랑처럼 김이나 멸치까지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조개, 새우부터 생선, 미역 등 바다에서 나는 95% 이상의 것들을 먹지 못한다. 단순히 입맛이 까다로워 편식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바다 냄새', ‘비린내'에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누가 보면 입덧 하는 임산부처럼 때론 해산물을 앞에 두고 헛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미역에서 나는 옅은 바다 냄새까지도 참을 수 없어 몇십 년 동안 생일 때마다 미역국 대신 소고기 무국을 먹어 왔을까. 


이런 나를 두고 부모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다. 태생적으로 못 먹는 게 많다 보니 가리는 게 많아지고, 가리는 게 많다 보니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 까다롭게 굴어 욕을 먹거나 밉보일까 봐 늘 전전긍긍 하셨다. 어릴 때부터 시작된 걱정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지금, 상견례 때 해산물이 나오는 식당에 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스케일이 커졌다. 고등학교 때 가정 선생님께서 우스갯소리로 친척 언니가 정석대로 젓가락질을 하지 못해 그걸 두고 시댁에 흉 잡힐까 봐 양식집으로 상견례 장소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논란의 글을 두고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누군가는 평생을 일방이 양보하면서 맞춰나가야 하는데, 입맛과 식성이 어느 정도 다른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르다면 이건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가능하면 빨리 파혼하길 권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며, 자신은 고기를 전혀 못 먹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해산물을 하나도 못 먹는 사람이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아이가 편식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같이 못 먹는 것도 먹어보려 노력한 결과, 이제는 과거보다 먹을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졌다며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했다.  


노력. 말로는 쉽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참 어려운 것이 ‘노력'인 듯 하다. 그리고 이 ‘노력'이라는 것도 저마다에게 한계치가 있어, 누군가는 50 정도의 노력으로도 ‘나는 할 만큼 다 했어. 이제 더 이상 못 해!’라고 말하며 나자빠질 수 있고, 또 누군가는 80, 90 정도까지 노력해볼 수 있다고 흔쾌히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저마다 기울이는 노력의 정도와 한계가 다르기 때문에 제3자가 사연의 일부분만 안 채로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다른 식성도 충분히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말해본다. 실제로 해산물을 거의 못 먹는 나와 자칭 타칭 해산물 킬러인 남자친구는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게는 먹는 즐거움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이 미각의 향연 속 행복을 상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다. 하지만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의외의 발견과 즐거움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름을 두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완전히 같거나 동일한 취향, 성향, 성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 나와 아주 닮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삶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서나마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다르다는 것에 스트레스 받거나 서로 맞지 않는 부분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름에서 오는 의외의 발견과 새로움을 흔쾌히 즐겨보는 건 어떨까? 물론 조금의 각오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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