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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03. 2022

오만정 떨어지게 만드는
연인의 행동

정이 떨어지면 관계는 끝이다


갓 시작하는 연인은 서로 바라만 보아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손끝만 스쳐도 설렘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고, 함께 하지 못할 때는 하루 종일 상대방 생각에 지칠 틈이 없다. 하지만 이런 감정과 순간들도 시간과 함께 무뎌져 가고 차츰 익숙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권태로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만. 그리하여 둘 사이에 시간과 함께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고 추억들이 한 장 한 장 모여 오직 둘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정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정'이라는 말의 깊이감 때문인지 연인 사이에 이 단어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왠지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나 연애를 하더라도 5년 이상 장기 연애를 해온 사람들에게나 쓸 수 있을 법한 말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처음 같은 새로움으로 서로를 대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기에 시간이 오래 지나도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통틀어 '정'이라는, 간단하고도 명료하지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의 부담스러운 마음과는 달리 '정'이라는 단어만큼 발전된 연인 관계를 설명하는 적절한 단어도 없는 듯하다. 



그만큼 '정'이라는 건 연인 관계나 혼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다. 물론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옥시토신 때문이고 이 사랑 호르몬이 활발히 분출되는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상대방에게 처음과 같은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랑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덮어놓고 믿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한 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어떠한 작용이 처음과 달라진 두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나는 이 연결 고리가 바로 ‘정'이라고 본다. 


실제로 한 남성은 여자 친구와 데이트 도중 드러그 스토어에 방문했다가 정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와 헤어질까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세일 이벤트를 하고 있어 정신없던 해당 드러그 스토어에 샴푸를 사러 들렀는데,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여자 친구가 요청하는 상품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친구가 직원에게 반말을 하며 무시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모르고 제 기분대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실망감을 느낀 남성은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여자 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며 이만한 일로 헤어져도 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한쪽의 입장에서만 쓰인 글이기 때문에 다른 쪽 말도 들어봐야 알겠지만, 글만 읽어보면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정이 떨어진 이유가 굉장히 명확하다.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고 갑질하는 듯한 태도'가 정 떨어지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이다. 



연인 관계에서든 부부 관계에서든 '정이 떨어지면 끝이다'라는 말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정을 들게 하고 또 반대로 어떤 것이 정을 떨어지게 하는 것인지는 글에서처럼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 없고 또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개개인이 느끼는 '정 떨어지게 만드는 모먼트'는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정이 떨어지면 관계를 계속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들의 사랑받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미움받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며 누군가가 싫어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 사람이 인간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순간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정'이 뚝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상호존중의 태도임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사랑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 게 아닐까. 남에게 쉽게 상처 주면서 자신은 사랑받기를 원하는 건 굉장한 모순이다. 그러니 연인에게 사랑받고 싶고 정이 뚝뚝 묻어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상대방이 내게 느낄 '정 떨어지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렵고 알쏭달쏭해도 결국 '그놈의 정이 뭐길래!'니까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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