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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10. 2022

내 자식, 나에게만 예쁘듯
내 가족, 나에게만 괜찮다

우리의 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친구가 자꾸 자기 애기 사진을 보내는데 솔직히 예쁜 줄 모르겠어요. 물론 귀엽긴 하죠. 세상 모든 애기들은 다 귀여우니까. 그런데 귀엽다, 예쁘다 말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내 자식도 아닌데 사진 보낼 때마다 칭찬 일색일 수 있겠어요?"


한 지인이 요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남의 이야기처럼 생경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너무 자기 이야기 같아서 매일매일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갈수록 고민의 깊이도 깊어지고 있다고 하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히 심각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는 내게도 익숙한 고민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나 사촌지간인 몇몇 자매들은 벌써 애가 둘 이상이라, 여기저기에서 사진 한 장씩만 날아와도 내 앞에 쌓이는 사진은 어느새 십 수 장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고충을 모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남의 마음까지 헤아려 행동하기에는 내 아이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아직 미혼이고 남자 친구의 가족과 왕래하는 사이도 아니기에 내게는 아직도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거리'가 없다.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게 싫어 서로의 가족에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소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철이 덜 든 우리는 남들처럼 아이를 낳고 평범한 가정을 꾸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딱히 신중히, 진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쨌거나 결혼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에 대한 자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나와 그는 직업 특성상 큰돈을 만져볼 만큼 성공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명품 자랑, 차 자랑, 집 자랑 따위의 것들도 해본 적도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나 또한 몇 번쯤 주변에 염치없이 자랑질을 해댔던 때가 있었다. 바로 우리 집 막내이자 내가 업어 키운 개동생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은 지 한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키우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모든 반려동물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지만,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딱히 예쁜 걸 모르는 정도를 넘어서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수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과 훈련사들의 유튜브를 통해 더 이상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우리 애가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고 착한데요" 따위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무턱대고 내 새끼, 내 가족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늘 적정선을 넘실댄다.


물론 나 또한 과거에는 그랬었다. 남자 친구를 만날 때마다 우리 집 막내의 동영상과 사진을 몇 개씩 보여주면서 "예쁘지? 기특하지? 어쩜 이렇게 말도 잘 알아듣고 애교도 많을까!" 하며 어서 장단 맞춰주기를 요구했었다. 그럼 남자 친구는 마지못해 관심을 주면서도 끝내 심드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 예쁨과 귀여움에 공감하지 못하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안다. 내 가족, 내 식구, 내 눈에만 괜찮아 보이는 것일 뿐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남자 친구도 나의 반려견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그리고 서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네 가족을 내 가족처럼'은 불가능하다. 이건 반려동물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너도 마음을 좀 열고 우리 가족을 좋게 보려고 노력해 봐!"

"우리 아빠는 자기를 사위가 아니라 아들처럼 생각하는데, 자기도 가끔은 우리 아빠랑 같이 시간 보내고 전화도 드리고 하면 안 돼? 아들처럼 말이야."

"우리 부모님, 가족들, 친척들 다 좋은 분들이야. 그러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너희 가족처럼 여기고 받아들이면 돼."


말은 쉽지. 몇십 년을 남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내 생활 테두리 안에 넣는 건 쉽지 않다. 이해 없이 무조건 "결혼했으니(할 예정이니) 가족처럼 살갑게 굴고,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 어려워 말고 먼저 다가가라"라고 말하는 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내 가족은 익숙한 내 눈에만 괜찮아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이지, 남이 보기엔 흠 많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마치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과 집사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매일 똑같은 밥을 먹고 같은 집에서 몇십 년을 살았기 때문에 가족들의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 가족에게 당연한 것들을 불쾌하거나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막무가내로 "내 식구니까 다 좋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서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했음에도 끝내 맞지 않는다면 적당히 거리를 두며 생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가족도 결국 다 ‘사람’이다. 단점이 있고 남이 보기엔 흉 볼거리가 있기도 하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고, 내가 보고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무조건적으로 괜찮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남들 눈에도 내 식구가 예뻐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인이, 배우자가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며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진정한 '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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