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나에게만 예쁘듯
내 가족, 나에게만 괜찮다

우리의 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by 구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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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자꾸 자기 애기 사진을 보내는데 솔직히 예쁜 줄 모르겠어요. 물론 귀엽긴 하죠. 세상 모든 애기들은 다 귀여우니까. 그런데 귀엽다, 예쁘다 말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내 자식도 아닌데 사진 보낼 때마다 칭찬 일색일 수 있겠어요?"


한 지인이 요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남의 이야기처럼 생경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너무 자기 이야기 같아서 매일매일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갈수록 고민의 깊이도 깊어지고 있다고 하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히 심각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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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내게도 익숙한 고민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나 사촌지간인 몇몇 자매들은 벌써 애가 둘 이상이라, 여기저기에서 사진 한 장씩만 날아와도 내 앞에 쌓이는 사진은 어느새 십 수 장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고충을 모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남의 마음까지 헤아려 행동하기에는 내 아이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아직 미혼이고 남자 친구의 가족과 왕래하는 사이도 아니기에 내게는 아직도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거리'가 없다.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게 싫어 서로의 가족에게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소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철이 덜 든 우리는 남들처럼 아이를 낳고 평범한 가정을 꾸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딱히 신중히, 진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쨌거나 결혼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에 대한 자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나와 그는 직업 특성상 큰돈을 만져볼 만큼 성공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명품 자랑, 차 자랑, 집 자랑 따위의 것들도 해본 적도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나 또한 몇 번쯤 주변에 염치없이 자랑질을 해댔던 때가 있었다. 바로 우리 집 막내이자 내가 업어 키운 개동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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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은 지 한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키우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모든 반려동물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지만,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딱히 예쁜 걸 모르는 정도를 넘어서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수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과 훈련사들의 유튜브를 통해 더 이상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우리 애가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고 착한데요" 따위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무턱대고 내 새끼, 내 가족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늘 적정선을 넘실댄다.


물론 나 또한 과거에는 그랬었다. 남자 친구를 만날 때마다 우리 집 막내의 동영상과 사진을 몇 개씩 보여주면서 "예쁘지? 기특하지? 어쩜 이렇게 말도 잘 알아듣고 애교도 많을까!" 하며 어서 장단 맞춰주기를 요구했었다. 그럼 남자 친구는 마지못해 관심을 주면서도 끝내 심드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 예쁨과 귀여움에 공감하지 못하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안다. 내 가족, 내 식구, 내 눈에만 괜찮아 보이는 것일 뿐 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남자 친구도 나의 반려견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그리고 서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네 가족을 내 가족처럼'은 불가능하다. 이건 반려동물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될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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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너도 마음을 좀 열고 우리 가족을 좋게 보려고 노력해 봐!"

"우리 아빠는 자기를 사위가 아니라 아들처럼 생각하는데, 자기도 가끔은 우리 아빠랑 같이 시간 보내고 전화도 드리고 하면 안 돼? 아들처럼 말이야."

"우리 부모님, 가족들, 친척들 다 좋은 분들이야. 그러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너희 가족처럼 여기고 받아들이면 돼."


말은 쉽지. 몇십 년을 남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내 생활 테두리 안에 넣는 건 쉽지 않다. 이해 없이 무조건 "결혼했으니(할 예정이니) 가족처럼 살갑게 굴고,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 어려워 말고 먼저 다가가라"라고 말하는 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내 가족은 익숙한 내 눈에만 괜찮아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이지, 남이 보기엔 흠 많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마치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과 집사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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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똑같은 밥을 먹고 같은 집에서 몇십 년을 살았기 때문에 가족들의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 가족에게 당연한 것들을 불쾌하거나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막무가내로 "내 식구니까 다 좋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서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했음에도 끝내 맞지 않는다면 적당히 거리를 두며 생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가족도 결국 다 ‘사람’이다. 단점이 있고 남이 보기엔 흉 볼거리가 있기도 하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고, 내가 보고 느끼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무조건적으로 괜찮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남들 눈에도 내 식구가 예뻐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인이, 배우자가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며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진정한 '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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