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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r 16. 2020

제주 갔으면 이 정도는 눈에 담아와야죠

다시 찾은 올레(2)

이 글은 2019년 가을 지친 나의 심신을 위해 1박 2일간 혼자만의 제주 올레 여행 두 번째 기록이다.





https://brunch.co.kr/@cooljhjung/48

제주 올레길 2일 차.

아침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 김에 서둘러 5코스 시작 지점인 남원포구로 이동할까 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조금 이른 아침을 먹고 9시쯤 숙소를 나와 버스를 타고 남원포구로 이동하였다.  어제와는 다르게 휴일이어서 그런지 시작 지점에서부터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올레 5코스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쇠소깍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가는 내내 숲길을 가거나 기암으로 된 바닷길을 따라가므로 1코스의 바닷길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해안 절벽길이 많아 기이한 분위기까지 연출되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다 보면 발이 조금 피곤해진다. 멋진 풍경을 눈에 담는 대신 조금 비싼 삯을 낸다고 생각했더니 맘이 편해졌다.


오늘도 길 위에서 활짝 웃음 짓게  만드는 녀석들을 어김없이 만났다. 어제의 녀석들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수더분한 제주만의 색채가 오히려 더 이 가을과 어울리는 녀석들인 듯했다.


어제보다 따가웠던 날씨 탓에 가는 동안 따가운 햇볕이 사진을 찍기에는 더할 수 없는 조명을 뿌려줬지만 그 사진을 담는 나에겐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감동의 반감을 가져다줬다.  


조금은 지치고, 바닷길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 만나지는 작은 항구  위미항. 항구 너머로 보이는 호텔이 더욱더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조용히 바닷길을 따라 다시 걸으면 만나지는 기분 좋은 글들과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 배우 집으로 나왔다는 카페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예촌망을 지나 작은 숲길로 들어섰다가 나오면 어느새 이 길의 끝인 쇠소깍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5코스 끝과 6코스 시작을 알리는 간세를 만난다.

 나의 2일간의 '나를 찾는 짧은 나만의 힐링 여행'은 여기서 끝이 났다. 아쉽지 않게 계획을 갖고 걷기 시작했지만 다시 한번 새삼 느끼게 된 이틀이었다. 힐링을 위해 길 위에 설 때는 계획 없이 서는 게 최선이고, 이 길 위에 있는 나에게 집중하는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걸.


  짜임새 있는 패키지여행보다 나의 올레 여행은 훨씬 더 값지고, 가치 있는 비용을 치른 듯하다. 나의 올레 여행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시리즈가 되길 희망하며. 잘 나가는 미드와 같이 다음 시즌을 기약해본다.


https://brunch.co.kr/@cooljhjung/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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