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엄마 꿈을 꿨어요

마음속에서는 많이 그리웠나 봐요

by 추억바라기

"엄마, 마지막을 혼자 보내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엄마 사랑하는 마음은 알고 편안히 떠나세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젯밤 꿈에 어머니가 나오셨다. 돌아가신 지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을 꿈에 나타나시지 않으시더니 어젯밤에는 꿈에 나오셔서 당신을 잃은 자식의 그리움과 슬픔을 확인하고 가셨다.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저리고, 마음이 먹먹하다. 잊고 잘 지낸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어머니를 보낸 상처가 모두 아물지는 않았나 보다.


긴 병환으로 가족들은 많이 지쳤고, 돌아가시기 1년 전에는 허리까지 다치셔서 거동이 어려워지셨던 어머니. 병원에 입원하시고 나서 전화로 그렇게 답답하고 힘들다고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부릴 때 걱정보다는 한 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어머니의 곁엔 항상 아버지가 계셔서 늘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었지만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의 상태도 보고, 어머니를 안심도 시킬 겸 부랴부랴 KTX를 타고 병원을 방문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의 얼굴은 많이 지쳐계셨고, 병실로 들어선 나를 본 어머니는 반가움에 얼굴이 환해지셨다. 하지만 그 반가운 표정도 잠시였고, 이내 어머니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6인실 병실이다 보니 주변 입원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는 듯했고, 나의 등 뒤로 그들의 시선이 쏟아짐을 느꼈다. 4년의 긴 병환에도 어머니가 눈물을 보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소리 내어 운 것은 처음이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당장은 부러진 허리 상태 때문에 집에 모셔 갈 수는 없었고, 울고 계신 어머니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치료받으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말이 전부 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때부터 어머니의 몸은 온 곳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 듯하다.


작년 10월 어머니의 정기 검진 때 병원 담당 교수가 어머니의 치료를 포기한 날,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게다가 눈과 귀 그리고 인지 능력까지 떨어지신 어머니는 자신에게 뭐 숨기는 거 있냐고 다그쳐 물으실 때는 이미 무너진 마음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권고한 대로 거동도 못하시고, 응급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가까운 곳에 의료진이 있는 요양 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그래도 그때는 그리 빨리 가실 거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요양병원으로 모신 지 한 달여만에 어머니는 조용히 떠나셨다. 마지막을 지켜볼 시간도 기다려 주지 않으시고,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5년 동안 남편과 자식들을 고생시킨 마음이 미안했는지 그리도 빨리 훌쩍 가버리셨다.


긴 병환에 모든 가족들도 지쳐가고 있을 때쯤 난 가끔 어머니의 주검을 생각했었다. 아마 돌아가시기 6개월 전부터 뇌에 전이된 녀석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더욱 나쁘게 하면서 알치하이머 일명 치매 증상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인지능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고, 내색하지 않았던 나의 두려움과 고통이 어머니를 향한 것이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이때는 잠시 잊었었다. 어머니는 아프기 전에도 나의 어머니였고, 아픈 상태에서도 내 어머니란 걸.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는 그냥 훌훌 아픔은 잊고 살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머니의 생각에 몰래 가슴 먹먹해했고, 그리워하지 않는 척하려고 애썼다.


아마 자신을 빨리 잊는 것이 싫어서였을까? 돌아가시고 그리 꿈에 나타나지 않으시더니 간 밤에는 꿈에 나타나 날 그리 울리고, 내 입에서 토해내는 그리움과 미안함을 가슴에 묻고 훌훌 떠나셨다. 내 맘이 아직은 어머니를 보내지 못한 것 같았는지, 그리 쏟아내게 하고는 이젠 잊으라고 그러시듯 조용히 아무 말씀 없이 손 흔들며 떠나가셨다. 이젠 없을 줄 알았던 어머니의 그리움, 사라지지 않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임을 새삼 깨우친 꿈에 마음은 무겁고 숙연해졌다.

"그래도, 어머니 가끔이라도 꿈에서 보니 좋네요. 다음에 오시면 울지 않고 웃으며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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