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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y 06. 2022

내 급여가 줄어들면 당신이라고 차례가 안 올 거 같아

그날의 난 지금의 나를 보고도 같은 얘길 할 수 있었을까

 "뭐? 그 선배가 얼마를 받는다고?"

 "그러게, 너무 많이 받는 거 아니냐? 우리는 바닥 박박 굴러가면서 고작 입에 풀칠이 다인데.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 돈을 받아가냐. 양심 없게"



꽤 오래전 막내에서 벗어나 한창 바쁜 나날이 하루 걸러 있을 때였다. 우연히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직장인들이 가장 민감해할 급여 얘기가 오갔다. 입사동기들이라 얼마 전까지는 급여의 차이는 없었지만 3년 차부터 조금씩 회사에서도 차등의 분위기를 두려고 한다는 얘기가 오갈 때였다. 분위기 때문인지 동기인 우리끼리도 조금은 예민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화제는 우리가 아니었고, 이야기 도마 위에 올라온 선배는 경력으로 얼마 전  회사에 입사한 C 과장이었다. 이직을 자주 경험한 지금의 나로서는 당연한 얘기였지만 신입이던 당시 우리에게는 십 년이 넘는 경력에 나이도 제법 있던 선배의 서툰 업무 처리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냥 능력이 부족한 선배 정도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였다. 우리의 얘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동기 한 명이 전해 들은 얘기를 전함으로써 감정은 아쉬움에서 흥분 그리고 격분에 이르며 치솟았다.


  "뭐? 그 선배가 얼마를 받는다고? O 천만 원!"

 조금 놀란 나머지 난 주변 의식을 못하고 'O 천만 원'이란 말이 크게 튀어나왔다. 잠시 머뭇거렸던 동기 하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영업팀에 들었던 얘긴데 그 선배 여기 데려오려고 계약금도 줬다는 얘기도 있더라"

 처음 그 얘기를 전했던 동료가 이번엔 조금 더 어이없는 이야기라며 영업부서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헐, 너무 많이 받는 거 아니냐? 우리는 바닥 박박 굴러가면서 고작 입에 풀칠이 다인데.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 돈을 받아가냐. 양심 없게"

 최근 일이 많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동기 하나가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보이는 이야기로 서운함을 표시하자 다들 깊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아' 등과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젊은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일반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비교되잖아"

  "우린 호봉제는 아니지만 그 선배 급여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오를 거잖아. 요즘 분위기는 능력이 우선한다고 해 놓고 이건 아니라고 봐"


시절 선배가 'O 천만 원'을 받았고, '계약금을 또 따로 받았다' 등의 이야기는 사실 진위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모든 회사들이 급여 등 연봉정보는 비공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누군가가 정보를 득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소문을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를 어길 시 사칙을 어기는 것이며 이를 위반 시에는 심하면 퇴직 조치의 사유가 수도 있다. 당사자도 이에 해당하므로 특별히 소문이 났다고 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부분이고, 관심 가는 부분임에는 사실이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임금 피크제'라는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랬는지 연차와 직급과 급여는 정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었다. IT 업계에 일하고 있었던 난 다른 기타 전통적인 업종에 비해서는 새로운 근무 환경이나 복지, 제도 등에 대해서는 유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근무환경, 복지, 제도 등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대부분이 그렇지만 지키라고 있는 규칙이나 규정에는 유연함은 늘 부족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이 창업하긴 했지만 그 회사를 만든 사람들은 아직까지 많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예전을 답습하거나 조금 개선하는 수준에서 이런 업무 환경들이 조금씩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바뀌어 가는 듯하다.


당시 그 선배는 꽤 오랜 기간 다른 회사에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왔고, 특정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이었다. 다만 내가 다녔던 직장의 솔루션, 다양한 제품들을 처음 다루다 보니 조금은 어색하고, 익숙해지는 게 신입이나 젊은 사람들에 비해 느릴 뿐이지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다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들은 어린 마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고 부러움이 결국 시기나 허탈감 등을 유발했음을 막연히 그날의 감정으로 몰아본다.


7, 8년 전쯤 아마 내가 임금피크제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들어본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다니던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임금피크제 찬반 여부와 임금피크제의 적당한 적용 시기를 놓고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40대 초반에 팀장이라는 직책에 자존감까지 높았던 난 내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여겼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선택이 당연하겠지만 임금피크제에 대한 찬반에 대해서는 찬성을 선택했다. 또 적당한 피크제 적용시기에 대해서도 IT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십여 년 뒤가 마치 내겐 오지 않을 날처럼 53, 4세를 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수결 결과는 56세로 최종 결정이 되었고, 임금피크제도 도입이 결정되었다. 당시만 해도 내게 십 년 뒤는 너무도 까마득한 시간이었고, 53,4세까지 IT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내 나이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다. 내 논리라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3~4년 뒤면 임금은 더 이상 오를 일없이 내려가는 아쉬움만 남아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옮겨온 회사에는 임금 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당장의 숨통을 조여올 문제는 아니지만 조용히 그 의미와 현실을 고민해볼 나이임에는 분명하다. 욕심은 부리기 나름이다. 능력만큼 받아가는 것이 옳지만 정답은 없다. 보상이라는 개념이 아닌 동반 성장과 모든 일에 배려가 필요한 관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십을 코앞에 앞둔 나이쯤 되고 보니 조금 더 직장생활을 고민한다면 앞이 아닌 뒤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뜩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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