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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an 25. 2023

연봉 인상률 몇 퍼센트가 적당한가요

아쉬운 급여통장이어서 N잡을 꿈꿔봅니다

자신의 급여에 만족하며 사는 샐러리맨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월급쟁이들에게 해당되는 뻔한 이야기이다. 주변에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자신의 월급이 많다거나 혹은 적당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불만은 차고 넘치지만 수입이 들어오는 만큼 자신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사는 게 팍팍하고, 다른 돈 벌 궁리조차 할 여유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살아진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얼마 전 전년도 성과 달성을 이유로 전 직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팀원 몇 명이 회사 복지 차원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전 직원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23년 긴 직장생활을 한 내게도 처음 겪는 재밌고, 귀한 경험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여행 마지막날 소감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만족스럽고, 아쉬워했을 만큼 한 해동안 수고한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받는 자리였다. 하지만 여행 출발 당일에는 직원들의 생각이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보상받는 여행도 좋지만 여행보다 연봉인상에 대한 생각이 커 보였다. 입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여행경비 대신 급여인상을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직원들의 욕심 두 가지 모두가 해결이 될지는 아직까지 모르는 일이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전년도 고과를 평가하는 시기이다.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면서도 실망하는 일 년 농사의 시작이자 작년 농사의 마무리다. 내가 평가를 받을 때만 해도 주관적 관점에서 업무 성과에 대한 포장에 신경 썼다. 추가로 팀, 회사에 기여한 기여도 등을 관리자의 입맛에 맞게 더 잘 어필해야 했다. 인사 평가 자체가 상대평가이다 보니 동료들에 비해 차별화된 기술은 필수였다. 수행업무에 대한 누락 없이 능력을 '과감' 없이 기술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렇게 정성스레 1차 자기 평가를 잘 작성해야 2차 팀장, 3차 임원평가에 기본적인 점수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일 년을 어떻게 일했느냐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렇게 기를 쓰고 평가를 받아도 말 그대로 평가 자체가 상대평가가 일반적이라 'A' 등급은 팀 내에 한 명 내외다. 어떤 회사는 부서장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고, 어떤 회사는 진급 대상자에게 후한 성적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주 운 좋게 지극히 객관적인 성적표로 고과를 잘 받아 든다고 해도 연봉 인상률만 놓고 보면 잘해봤자 10퍼센트 내외다. 사실 연봉 10퍼센트 인상만 놓고 보면 낮지 않은 인상률인 건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실엔 조금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일억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이라고 치자. 그럼 일억에 10퍼센트이니 천만 원이 넘는 연봉이 오른 것이다. 이럴 경우에야 인상률에 만족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연봉이 3,000~4,000만 원 정도 되는 샐러리맨에게 10퍼센트 인상이라고 해봤자 연 300~400만 원 내외의 인상이다. 급여 생활자이니 이를 십이 분할하면 매달 삼십만 원 안팎의 인상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많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10 퍼센트인상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평균적인 인상률인 2~4% 인상을 위한 'B' 등급을 받는다. 같은 조건에서 따지면 60~160만 원 사이의 인상이다. 이를 십이 분할하면 매달 전년도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추가 급여 인상분은 5~14만 원 내외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들 때마다 드는 생각은 '에이~ 내가 직장을 옮기던가 해야지', '나 회사 때려치운다. 이 돈 받고 언제 집사?', '투잡 해야겠다. 이 돈으론 못 산다' 등의 반응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생각하거나 N잡러를 고민한다.


몇 해 전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한 명이 투잡을 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일인지 모르고 막연히 또 다른 수입원이 있다는 것에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연말 행사로 회사 전체 회식이 있던 날 우연히 그 동료와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박 대리, 이렇게 같이 술자리는 처음이네. 사는 동네도 같은데 말이야"

 "그러게요. 부장님. 팀이 다르다 보니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거주지도 비슷했지만 팀도 다르고, 외향적이지는 않았던 동료의 성격덕에 얘길 기회가 없었다. 나와 동료는 일과 회사얘기를 하다가 조금은 궁금한 마음에 그의 투잡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박 대리, 회사 일 말고 다른 투잡을 한다고 들었는데. 능력자인가 봐 투잡을 하고"

 "아~, 부장님은 모르시는군요. 능력자는 아니고요. 외근 갔다가 복귀할 때나 바로 퇴근할 때에 같은 동선이면 대리 뛰어요. 저희가 야간작업도 많고 하니 제법 일이 생기더라고요"

 막상 부러움에 그의 투잡에 대해 물었지만 예상을 벗어난 그의 답변에 난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해하는 나를 눈치채고서는 동료는 금세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 늦은 시간까지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돈 벌면서 퇴근하니 일석이조죠. 게다가 남는 게 체력이라 많이 힘들지도 않고요"


이후 들었던 얘기지만 동료는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비슷한 연차에 비해 연봉도 조금 적었다. 게다가 회사의 연봉 인상률이라고 해봤자 오르는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다 보니 투잡은 선택이 아니었다. 자라나는 아이에 오르는 전세금까지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 숙명 같은 마음이었을 듯싶다.


많은 사람들이 N잡러를 부러워하지만 막상 기본 생계를 위한 본업을 제외한 다른 일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해 많이 두려워한다. 당연히 짧게는 5년, 10년, 길게는 20년, 30년을 같은 일을 해오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돈을 주고 배우는 것도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데 남이 주는 돈을 받아가며 일한다는 건 부담 아니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 게 옳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투잡을 고민하지만 그런 그들 중에서도 실제 투잡, 쓰리잡을 가진 N잡러가 흔하지는 않다.


현실에서 성실하게 직장 생활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만족하는 급여 수준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물론 그중에서도 유독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 갈증을 늘 갖고 산다. 주머니야 늘 아쉽지만 그래도 막상 쉽지 않은 N잡러를 부러워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나간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아니 나와 당신은 그런 기회를 찾아가며 조용히 준비하는 오늘을 살아간다.  


*이미지 출처 : 영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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