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 부서는 매 순간이 도전입니까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연차와 직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사님, 이건 우리 부서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입니다. 당장의 인력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무리만 더 가중시킬 뿐이라고요. 재고해 주세요"
회사 내에서 어느 부서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검토 중의 업무가 다른 부서도 아닌 우리 부서로 할당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업무 검토 단계에서부터 삐걱되던 일이었다. 난 부서로 할당된 업무의 최초 검토 단계에서부터 있었던 여러 가지 이슈들을 재확인해봤다. 현재까지 부서에서 맡아서 진행해오던 업무가 어느 정도 안정적이었지만 꽤 오랜 시간을 들이고, 반복하며 익숙해진 업무를 생각하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당장의 팀원들 불만도 불만이지만 현재 발생가능한 이벤트나 이슈들이 눈에 선했다. 그냥 덥석 주는 대로 일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연히 부서장과의 면담을 통해 조목조목 해당 업무 할당에 부당함과 업무 처리에 불확실성을 보고했다. 부서장의 낯빛은 어두웠지만 난 긴 시간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업무는 우리 팀의 일이 되었다.
시작부터 부침이 있어서여서 그런지 진행 중에 늘 문제가 생겼고,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한 숨을 돌릴만하면 또 막다른 벽 앞에 서는 일이 생겼다. 책상에 앉으면 늘 한숨이 나왔고, 잘하려는 의욕보다는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임기응변만 늘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계획 수립보다는 늘 '리스크'를 걱정했고, 진행 중인 일이 잘못될까 노심초사의 연속된 날들이었다.
"이사님, 내일 발표하고, 제품 시연은 준비한 대로 해도 될까요?"
해당 업무가 처음이었던 내 불안감은 당장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극대화됐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함께 준비해 온 팀원들조차 내 이런 감정변화에 긴장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 뭘 그렇게 불안해하나 김 차장"
표정과 말투는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러웠지만 부서장은 내 불안감을 읽기라도 한 듯 보였다.
다음날 걱정과 긴장에 발표를 시작했던 난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혔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표한 내용이나 시연에 대한 질의가 생각보다 없었고, 가끔 나오는 질문에 대한 대응은 해당 분야의 지식이 얕은 나조차도 쉽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었다. 그날의 경험이 프로젝트 내내 나와 팀을 긍정적이게 만들진 않았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우리의 '자신감'을 조금은 높인 결과를 가져왔었다. 그날 이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난 해결 방법을 제시했고, 우리 팀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닌 지도 23년이 지났다. 이젠 내가 직접 수행하는 일보다 검토하고, 업무 지시하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 어려운 일을 맞닥뜨리는 내 태도는 '리스크'나 '안 되는 이유'부터 찾았다. 업무를 검토해보고 처음 해보는 일이거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 일을 하는데 '어려운 점', '문제점'부터 찾아서 보고했다. 당시에는 당연히 방어적인 업무 태도로 일관했고, 일이 잘 됐을 때보다 일이 잘 안 되었을 때를 먼저 생각했다.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묻게 될까 두려웠고, 실패할까 걱정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부터 찾았지 그 누구도 책임을 얘기하지 않았고,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사님, 어떻게 우리는 매 순간이 도전입니까? 이 업무를 회사 내에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맨땅에 헤딩하듯이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최근 부쩍 불만이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늘 자신과 우리 부서가 걱정일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간 모든 일이 새로웠다. 동료에게도 나에게도 도전일 수밖에 없는 일투성이다. 반복되는 일 없이 늘 검색하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진행하는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동료를 보면 십여 년 전 내가 보인다. 나도 동료와 비슷한 직장 연차일 때, 직급일 때 나의 부서장에게 그런 리스크를 얘기했고,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조심성이 지나치다 못해 부정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지금의 위치에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동료를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같은 업무를 처리하지만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차이가 크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고, 업무의 진행 시 문제점보다는 진행을 위한 방법이나 조건들을 찾는 것이 효율면이나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그래서 난 그때의 나와 비슷한 얘길 하는 동료에게 말한다.
"김 팀장, 지금까지 우리 잘해왔잖아. 리스크나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안 할 일은 아니잖아. 일은 어떻게든 진행해야 하니까 문제점이나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나 대안을 고민해 보자고. 그리고 문제점 찾고 분석하느라 수고했어"
업무뿐만 아니라 살면서 겪는 모든 일에 대해서 그 일을 대면하는 자세나 태도는 중요하다. 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따라 문제가 생길일도 해결해 나갈 수 있고, 안 될 일도 되는 기적을 가져온다. 어차피 안될 일이었으면 내가 실수한다고, 문제에 봉착한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자기 스스로에게 관대함을 가진다면 삶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tvN 『미생』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