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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27. 2023

언제나 남의 떡이 커 보인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 마세요. 겪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서 아내가 직접 초콜릿을 수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초콜릿은 나를 포함해 아이들 손에도 전달됐다. 이렇게 전달된 초콜릿을 두고 아이들이 실랑이다.

 "오빠 초콜릿 하나 먹으면 안 될까?"

자신이 받은 초콜릿을 두고 딸아이가 아들에게 초콜릿을 먹어보면 안 되냐고 물었다.    

 "야~, 나도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 네 거 먹어"

우리 집 아이들도 현실남매다. 아들은 말을 건넨 딸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보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빠께 더 맛있어 보이는데"

이런 단호함에도 아랑곳없이 딸아이는 아들을 더 졸라댔다. 이런 딸아이를 두고 아들은 욕심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간 모든 행실이 일관되었다든 듯 푸념하듯 내뱉는다.

 "항상 그렇지? 네 것보다 내 떡이 더 맛있어 보이겠지"


모든 사람들은 사회를 이루어서 살아간다.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학교나, 직장에서. 이런 관계에서는 싫든 좋든 서로가 이어져있게 된다. 서로 간에 우호적인 관계도 있고, 적대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계의 형태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간혹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 관계는 우리가 치는 손뼉과 비슷하다. 손과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관계에서도 나와 상대가 호감과 공감을 갖고 마주하면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물론 나와 상대가 매 순간 맞서고, 경쟁하고, 시기하면 그 또한 마주하며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다만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관계로 스며든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맞춰서 잊히기도, 끊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잊히고, 끊어진 관계에 새롭게 인연들이 생기고, 관계로 이어진다. 많은 관계들은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생활 내내 붙어 지내던 단짝도 학교가 바뀌면 새로운 관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관계의 법칙은 직장에서도 이어진다.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도, 함께 선임 험담하던 동기도, 자주 술 사주는 선배도 그 직장을 떠나면 관계의 매듭은 약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그렇게 잊어간다. 하지만 그런 옅어진 관계, 사라진 관계 속 사람들이 가끔씩 궁금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간혹 어울리는 OB(Old memBer) 모임에서 스쳐가듯 누군가의 근황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묻는 경우도 있지만 묻지 않아도 관계되었던 사람들의 근황은 술자리 안주처럼 자주 듣게 된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을 쓰면 알게 된다.


'A가 홈쇼핑 보안책임자로 이직했다며', 'B는 회사를 두 번이나 더 옮겼는데 연봉이 대박 높아졌데', 'C는 게임회사 같다며? 일은 힘든데 연봉이 전 회사보다 두 배라더라', 'D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전임 팀장 퇴사하고 팀장으로 승진했다더라'


떼어놓고 들어보면 다들 축하할 얘기지만 얘기하는 사람도, 듣는 자신도 즐겁지만은 않다. 얼마 전에 이직했다면 이직조건을 따져볼 것이다. 아직 재직 중이라면 상대적으로 오른 연봉이 마냥 부럽다. 대기업이라서 부럽고, 일이 편해서 부럽고, 복지 혜택이 커서 또 부럽다. 나쁜 점은 알 수 없고, 좋은 조건만 들린다. 우호적인 관계의 동료나 동기일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적대적 관계의 동료, 선후배였던 사람이면 더욱 신경이 쓰인다. 당장의 나와 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보니 마냥 부러운 마음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 아닌 이상 자신의 쓰린 속을 모두 보여주진 않는다. 현재의 바뀐 상황을 적당히 포장하고, 과거의 자신보다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을 강조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가끔 만나는 관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변화된 환경에서 과거보다 어려운 점, 나빠진 상황은 조금은 더 유하게 섞어내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 얘기해 봤자 바뀌는 건 없다.  그런 점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게는 자신의 변화된 좋은 점만 강조한다. '갑' 회사에 보안책임자라고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연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 이면에는 준 만큼 뽑아 쓸 거라는 생각이 미친다. 일이 힘들면 당연히 급여를 많이 줘야 하고, 일이 편하면 말 그대로 다른 건 아쉽고 일만 편할 수도 있다.


근황은 상대방에게 직접 들어도 내가 알지 못하는 반전이 있다. 하물며 건너 들은 사람의 근황은 부풀린 얘기들이 많을 수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퍼즐 조각 맞춘 얘길 수도 있다. 만일 그 근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부러운 상황이 꼭 내게 맞는 옷은 아닐 것이다.

남의 떡이 더 크더라도, 내 떡이 더 맛있다.


손에 쥐고 있는 내것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처럼 소유하고 있는 것에는 무뎌지기 마련이다. 내 가족, 내가 다니는 회사와 같이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노력도 없이 늘 곁에 있는 소중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소중함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소중함을 지키고, 그 소중함의 가치를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부러워한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그 부러움을 사는 타인들도 나를 아니면 또 다른 타인을 부러워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남의 떡은 커 보인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남의 떡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실상을 모르는 상상은 이어지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다. 그 이어지지 않는 불안한 신기루보다는 내 떡이 더 맛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 현명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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