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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Feb 20. 2023

올해 연봉도 제자린가요?

객관화, 정량적 평가도 좋지만 정성적인 평가가 필요할 때도 있다

매년 이맘때면 직장인들은 평소보다 더 신경 쓸 일이 생긴다. 바로 한 해 농사한 수확을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시기다. 전년도 일 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2월이나, 3월부터 급여 명세표의 숫자가 바뀐다. 일부 삭감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오른 숫자를 보게 된다. 다만 그 숫자에 만족하는지 여부는 바로 1, 2월에 있는 인사평가에 달려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평가의 계절이 다가왔다. 십여 년 전부터는 피평가자가 아닌 평가자로 위치는 바뀌었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매번 어려움이 따른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더 편중되어 반영되는 게 학교 성적처럼 인사평가 또한 그렇다. 일 년을 지켜봐 오면서 피평가자 하나하나의 과정을 세밀히 들여다보기란 평가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평가해야 할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과정을 이해하고, 평가에 반영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업무에 대한 성과나 결과가 단순하게 수치로만 나오는 부서가 아닌 경우엔 더 그렇다. 이런 경우 피평가자의 업무 수행 과정과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업무성과와 유사한 비율로 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나의 작년, 올해가 딱 그 짝이다. 다행히 평가 대상 중 한 팀은 수치의 근거가 되는 조건들을 조금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팀은 객관적인 결과를 표출하기는 쉽지 않은 조직이다. 이럴 경우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많은 평가자들이 이런 경우 오류가 생기곤 한다.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지만 결국 그 잣대를 정의한 것도 평가자 자신이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지시한 일을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한 경우, 자신에게 호의적인 후배, 자신감 넘치는 업무 태도와 타 부서의 평가 등. 수치가 없고 모두 정성적 결과로 A, B, C를 매김 해야 하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 정량적 수치를 갖는 업무성과가 수행과정이나 태도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 사회적 커뮤니티에서조차도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하물며 회사라는 집단에서는 평가가 기본이다. 주어진 일을 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고, 회사 또한 이 목적에 부합되는 돈을 지급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급여를 받을 수 없기에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의 차이가 생긴다.


주는 급여를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분야에서 준 프로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프로라는 타이틀 자체는 결국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자리다. 결과로 표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대부분 수치이다. 비단 프로에서 뛰는 운동선수처럼 대부분의 직장인들 또한 모든 게 수치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업직인 경우는 일 년 동안의 실적으로 수주, 계약한 매출이 성과로 반영된다. 연구직으로 근무하는 연구원도 연구개발에 대한 성과를 결국 수치로 보여준다. 개발자도 자신이 개발해 출시된 제품의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평가수치가 된다. 기술직 또한 매출에 직간접적인 숫자에 기여도를 숫자로 표현한다. 품질 담당자도 출시된 불량제품의 수량이 평가로 직결된다.

인사평가의 방법은 크게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하나가 피평가자가 평가를 위한 기준을 잡고, 해당 평가항목으로 각각의 피평가자를 평가한다. 이 방법은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평가 항목과 결과 모두가 피평가자의 기준으로 이루어지므로 객관적 지표보다는 평가자의 성향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평가자도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불만이 없는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 평가자 자신의 경험이 기준이 된다. 더욱이 이런 평가방법을 선택한 경우에는 평가에 결과 또한 피평가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많은 회사들이 이 평가 방법을 택한다. 이런 경우 피평가 대상자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평가자의 역량만으로도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피평가 대상이 많아지면 평가자의 세밀한 평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정량적, 정성적 평가기준이 있는 피평가자의 평가가 중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피평가자 본인이 평가할 정량적 결과나 정성적 평가 내용을 기술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평가를 받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PR(Public Relations)'이다. PR의 대상이 자신을 평가할 평가자로 제한적이지만 가장 주관적인 사실을 객관화해서 기술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경우 피평가자 자기 자신이 1차 평가자가 되는 경우다. 수치로 표현되는 정량적 업무성과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 또한 평가자가 납득이 가는 기술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평가자가 기억을 하지 못했던 평가항목 기술 또한 피평가자의 '스킬'이다. 본인이 1차 평가자가 되는 경우 1차 평가의 결과를 기재할 수 있다. 과거에 재직했었던 회사가 그러했는데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는 것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음으로는 'A', '95점'을 주고 싶지만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B', '85점'을 평가하고 평가자에게 제출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신이 평가한 점수 이상을 기대하면 안 된다. 피평가자 본인이 자신의 업무성과를 기술해 놓은 자리에 스스로가 'B' 평가를 하면 평가자는 당연히 그 이상을 주기 어렵다. 따라서 인사평가 시기에는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적당한 뻔뻔함이 필수요소다. 이렇게 피평가자 본인의 평가결과를 2차, 3차 평가자도 참고하여 평가하게 된다. 평가를 하는 평가자 마음은 주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평가할 항목에 대한 기술은 피평가자가 직접 했으니 객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인사평가도 시스템화가 기본이다. 각 부서별로 평가할 항목들이 정의되어, 직급이나 연차별로 또 세분화되어 있다. 모든 업무 성과들은 시스템에 입력되고, 일 년이 지나 평가할 시기에는 그 시스템에서 출력되는 결과만으로 평가가 되기도 한다. 정량적 평가와 객관화에 충실해지는 추세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더라도 정성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당연히 업무성과에 대한 모든 수치를 숫자로 입력하고, 객관화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리더의 주관적이고, 정성적 평가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인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모든 기업들이 같은 마음일 수 없다. 하지만 한 달,  달 급여를 받고 사는 직장인들에겐 월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장을 거쳐서 사라지는 급여라도 작년과 달라진 숫자가 또 한 해를 달리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성과에 기반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런 직장인들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는 정성적 평가 또한 중요하다. 올해는 조금 더 오른 급여를 기다리는 많은 직장인들이 다가오는 급여일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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