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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Nov 14. 2022

이혼하는 과정만큼이나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이것

이직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의식주를 해결하고 보통의 일상을 살기 위해서 사람들은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경제적인 활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생활을 한다. 규모는 다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소속된 회사를 다니며 오늘도 다른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반복한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일부의 사람들은 경제적 활동 없이 부를 축적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만 19세를 넘어서면서 급여라는 굴레에 갇혀 사는 생활을 한다.


받아 드는 급여 명세표에 찍히는 숫자들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한 달을 열심히 일하고 나면 회사가 자신을 위로하고,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이 드는 단 하루를 맞는다. 하지만 익숙함도 병인지 비슷한 금액이 해마다 통장에 찍히면 물가상승률도 따져보게 되고, 주변 지인들과도 비교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 직장에서 연봉에 대한 인상률은 사규에 나와있는 수준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프로'라는 타이틀을 쓰는 스포츠 선수나 '의사, 변호사'와 같은 특수 전문직이 아닌 이상 회사의 한 해 매출과 대비해 평가받은 성과에 따라 인상률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 많이 올라봐야 10% 내외가 한계일 것이고, 평균적으로는 최근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머리가 굵어지고, 말 그대로 '짬'이 차면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등록 취업자는 총 2,483만 2천 명이고, 이 중 기업체 간 일자리 이동자 즉 이직한 직장인은 367만 4천 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 취업 등록자 중 15퍼센트 가까운 사람이 자의 혹은 타의로 회사를 옮긴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과거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구태의연한 텍스트에 불과하고, 이직은 이젠 선택이 아닌 현실이 된 듯싶다.


난 지금 재직 중인 회사가 여섯 번째 회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다섯 번 이직을 했고, 이 다섯 번의 이직 중에서도 30대에 가장 많은 수의 이직을 경험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20대를 제외한 30대의 이직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반대로 40대가 현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40대의 이직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중하지 못했던 이직의 결과가 결국 두 달을 넘지 못했다


난 IT 기술직군에서 일한다. 어느덧 22년이나 한 직군에서 일을 하며 꾸준히 이직을 해왔다. IT 관련 인력은 커리어 관리와 동종업계로의 이동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조금은 손쉬운 듯싶다. 빠르게 변하기도 하지만 IT 기술 중에서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본이 되는 기술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사용하는 도구가 바뀔 뿐이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은 다른 기술직군과 유사하게 많은 부분이 반복되고, 학습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차서도 나이에 맞는 자리가 부족해도 어떤 식으로든 이직을 하는 게 이쪽 생태이지 싶다.


첫 직장을 나올 때가 생각이 난다. 5년을 재직했던 직장에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업무로의 갈망과 현재 받고 있던 급여 수준에 대한 높은 상승이었다. 주변 동기들의 퇴사 및 이직으로 한 참 마음은 싱숭생숭했고, 구직 사이트에 올려놓은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열람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그렇게 구직 상태로 바꾸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회사의 인사팀장이 자신은 'OO회사 인사팀'이라고 소개하며 내게 인터뷰 제의를 해왔다. 처음에는 경험 삼아 인터뷰만 보자는 생각에 요청에 응했지만 인터뷰 이후 OO회사의 적극적인 입사 제의에 오랜 고민 없이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 후 신입사원 때와는 또 다른 관계의 어려움을 겪었고, 경력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오히려 다른 부서원들에게 다가가기가 더 어려웠다. 당시 이직을 결심하면서 조금 더 심사숙고하지 않은 결정 때문에 입사 두 달만에 결국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직 제의를 받았을 때 마음은 비슷할 듯하다. 특히 한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 입장에서는 어려운 구직난을 뚫고 첫 직장 합격 통보를 받은 만큼 이직 제의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한 직장에서 연봉 상승은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이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럴 때 기대하지도 않은 좋은 처우로 이직 제의를 받으면 당연히 떨어졌던 자존감도 상승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도 불만보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일에 밀당이 있고,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처우를 좋게 주면 주는 만큼 회사는 채용인력의 쓰임을 따질 것이고,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빨리 얻고자 할 것이다. 세상 일이 공짜가 없다는 말이 딱 이 짝이다. 신입과 경력의 차이이고, 경력자가 갖는 부담이자 숙명일 수밖에 없다.


이직과 이혼은 비슷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과거 어떤 글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직장인에게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은 결혼한 사람이 이혼하는 과정만큼이나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했다. 단순히 밥벌이하는 물리적 회사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계 형성에서 오는 어려움과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과의 경쟁 심리, 회사의 기대에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 등이 어우러져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직을 고민할 때는 개인적인 처우도 중요하지만 옮기는 회사의 분위기, 복지, 업무 환경, 쌓아온 커리어와의 연속성 등 많은 변수를 고민해서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모든 걸 준비하고 가더라도 힘든 게 이직이니 준비하지 않고 쉽게 결정하는 것은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직은 항상 열린 길이긴 하지만 심사숙고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다.


많은 이직을 해본 나로서도 이직이 맞다, 틀리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이직도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열어놓아야 한다. 과거에는 회사를 옮기면 동료와 키워준 회사를 버리고 가는 '배신자' 같은 분위기가 종종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통계청 자료에서와 같이 이직이 너무 일반적이 되었다. 예전에 팀에 한 후배는 이직 고민으로 상담을 청한 적이 있었다. 상담 내용을 들으며 가고자 하는 회사의 조건이나 업무 등에 대해서 객관적 판단을 해서 난 이직을 권고했고, 오히려 붙잡지 않는 매니저인 나를 조금 서운해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최근에는 이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 받아들인다. 물론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함께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직 중인 회사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과 이직하는 동료의 성장을 위해 객관적 평가를 할 만큼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직도 트렌드인가 싶을 정도로 예전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옮겨 다닌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인의 궁극적인 버킷리스트는 좋은 조건의 이직이 아닌 경제적 자유가 동반된 자발적 퇴직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냥 퇴직이야 가능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동반하는 것은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불가능한 꿈을 좇기보다 차선으로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이직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철저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자릴 찾아가야 한다. 조건이 좋아서 옮겼는데 퇴근이 없는 삶을 살 수도 있고, 새로운 도전에 꽂혀서 이직을 했는데 새로 생긴 팀이라 여러 가지 환경 요인과 실적 문제로 한 해만에 없어지는 일도 있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면서 워라밸도 지킬 수 있고, 무엇보다 경력으로 들어온 사람을 압박하기보다는 결과에 조바심이 나지 않도록 여유 있는 분위기의 회사면 괜찮지 않을까. MBTI 테스트 결과가 아무리 'E'라고 하더라도 거리를 두고, 경력자를 가까이 다가오길 꺼려하는 동료들과 친분을 쌓기는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것만큼 힘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직을 하고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또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가는 퇴사자들이 종종 있다. 이직을 하지 않고 한 직장에 오랜 시간 재직하는 것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의 직장을 옮기는 것도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지름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선호하는 대기업이거나,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분위기나, 업무 환경 등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기가 어렵다. 지인이나, 다양한 커뮤니티, 블라인드 같은 서비스 앱 등을 통해 이직하려는 회사의 레퍼런스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레퍼런스 체크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통상적 분위기는 무시하기 어렵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로 귀찮아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의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할 보금자리를 선택함에 있어서 그 정도 수고스러움은 당연한 노력이지 않을까.


이직은 자주 오는 흔한 기회는 아니지만 직장인이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기회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현명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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