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색다른 운동을 하면서 동네 친구들과 놀았다. 사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대부분 축구를 선호했고, 조금 넓은 공간만 확보되면 아이들은 축구공을 끼고 나가 공을 차고 놀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축구보다는 야구가 좋았고, 아이들만 모이면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가지고 나가 아이들과 야구를 하곤 했었다.
동네 아이들 7~8명만 모이면 어릴 적 살던 시골 공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야구의 규칙이나 룰, 야구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는 제법 능숙한 배트의 스킬(?)과 글러브의 그립감을 강조하며 아이들 사이에서는 에이스로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야구는 동네에서나 가능했지 학교에 가면 아이들 모두 축구를 하던 시절이었다. 학교에는 축구부도 있었고, 친구들 중에서도 축구를 제법 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놀려면 축구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난 축구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공만 만졌다 하면 헛발에, 골대 앞에서는 공을 띄우기 일수였다.
지금 내 아들이 축구를 잘 못하는 것도 유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시절 초등학교 때야 그렇게 특출 나게 잘하는 애들이라고 해봤자 반에서 한 둘이어서 그렇게 크게 표가 안 났지만 정작 중학교에 가서는 상황이 달랐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체육대회 종목에 축구가 있었고,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한 가지 종목 이상씩 전부 출전하라는 담임 선생님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에 구기종목 중 한 가지는 꼭 참여를 해야 했다. 물론 다른 종목들도 있었지만 배구나 농구는 키가 작아서 반 아이들 중 키가 큰 아이들이 우선 선출이 되었고, 키 번호가 앞에서 5번째 이하였던 나로서는 출전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 당시 달리기는 제법 빨라서 친구들은 난 당연히 축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축구를 잘 못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반 대항 축구 대표로 첫 출전 했을 때는 미드필더를 맡아서 뛰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위치한 포지션으로는 공이 잘 오지 않았고, 가끔씩 오는 공은 걷어내는 수준에서 멀리 차기만 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축구 실력을 들키지 않을 만큼만의 애매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눈 속임도 오래가지 못했고, 중간에 수비하던 친구가 공을 잘 걷어내서 빠르게 속공(중간에서 공을 가로채 공격을 빨리하는 공격 방법)을 하게 되었고, 마침 그 친구가 나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순간 최전방 공격을 보고 있던 친구가 나에게 공을 달라고 외쳤고, 그 순간은 내가 축구를 잘 못한다는 생각을 잊고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었다.
"철수야, 이리로 패스해 줘. 여기 비어있네."
"어 만수야 달려. 독수리 슛~, 아이씨 공이 어디로 가는 거야."
허공을 가를 뻔한 발은 살짝 공을 빗겨맞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 모습을 본 만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공을 그렇게 찬 이후로 난 중학교 3년 동안 공을 차더라도 수비에만 치중했고, 행여나 공격에 가담할 일이 있어도 친구들은 내게 패스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학창 시절에는 운동에 잼병이었고, 난 정말 운동신경이 없는 줄 알고 그 날 이후로는 나의 학창 시절을 구기 종목과는 담을 쌓고 보냈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 농구를 하면서 늦게 시작한 농구 실력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게 재미있었고, 군대에서도 농구와 족구는 빼놓지 않고 할 정도로 재미있게 운동을 했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예전 축구하며 주눅 들었던 마음의 짐 때문이었는지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도 운동에는 그 다지 자신이 없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같은 팀 선배의 권유로 사내 농구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 실내 농구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도 되고, 많이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동호회에는 회사의 임원부터 그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내게는 직급이 꽤나 높아 보였던 과장, 차장들이 많이 있어서 함께 운동하다가 또 못한다는 핀잔을 들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첫 연습 경기에서 많이 긴장과 걱정을 했다. 하지만 몸을 풀고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난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정도의 몸놀림과 민첩한 플레이로 선배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동호회 활동 2년 만에 동호회 회장 자리를 권유받았다.
농구 실력이 회장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농구를 제법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는 내 모습에 항상 운동 후에는 선배들의 칭찬과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다 외부 마라톤 대회 참가까지 지원해 그 시절 하프 마라톤까지 완주했었다. 기록도 많이 나쁘지 않아서 1시간 40분. 지금도 관절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동신경이나 반사신경들은 나쁘지 않은 편이고, 지금도 꽤 괜찮은 몸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회사에서 개최한 계열사 볼링 대회에도 회사 대표로 출전하여 우승까지 한 전력을 보면 난 제법 운동 체질인 듯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좋아하는 운동에는 소질이 있는 듯하다.
"김 과장, 패~스. 여기 빈자리로."
길게 들어오는 축구공을 머릿속에서는 이미 멋진 가슴 트래핑에 오른발 볼터치, 그러고 나서 멋진 골로 연결하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길게 온 패스를 어설프게 가슴 트래핑하려고 했으나, 잘못된 위치 선정으로 머리 위로 공은 지나가 버리고, 공을 쫓아갔으나 어느 틈에 수비하던 후배에게 볼은 빼앗기고 가슴까지 어깨로 한 대 맞았다.
"아이코, 이 차장이 사람 잡네. 아이고 나 죽네."
잔디 구장이라 조금 더 오버액션한 듯했지만, 다음 날에도 숨 쉴 때 아파서 정형외과를 가서 검사해보니,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고 했다.
전 직장 체육대회 때 다시 축구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워보려고 부서 대표로 출전해 보았지만, 나이 먹어서 잘 붙지도 않는다는 뼈만 다치고... 정말 축구는 나와 맞지 않는 운동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사람마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이 있고, 맞지 않는 운동이 있는 것처럼. '남자면 모두 축구는 잘해야 운동신경이 좋은 거야', '농구는 기본이지', '군대 갔다 왔으면 족구는 당연히 잘해야지' 등과 같이 특정 운동을 못한다고 운동을 잘한다, 못한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유도선수가 축구나 야구를 못할 수도 있고, 프로농구 선수가 축구를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축구선수가 야구나 농구를 못할 수도 있다. 아니 못하는 게 당연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있고, 운동신경이 좋다와 나쁘다란 표현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적절하게 즐기며 꾸준히 운동하며 사는 게 건강하게 롱런할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물론 운동에 재능이 있다, 없다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