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始作)
2교시 문학 시간, 칠판 긁는 분필 소리만이 나른한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담임은 출석부 위로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기계적으로 번호를 불렀다.
"14번 김민재." "네." "15번 이진수." "넵."
담임의 시선이 16번을 지나 17번에 머물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담임은 고개를 들어 교실을 휘이 둘러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볼펜 끝으로 교탁을 두드렸다.
"17번 박준우. 결석인가?"
교실 뒤편 창가, 세 번째 분단 맨 뒷자리. 준우는 그곳에 있었다. 엎드려 자고 있지도 않았고, 책을 세워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담임과 눈이 마주친 상태였다. 그런데도 담임은 그를 보지 못한 사람처럼 혀를 찼다.
"쯧, 요즘 애들은 학교 빠지는 걸 우습게 안다니까. 반장, 준우 오늘 안 왔지?"
반장조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짝꿍조차 준우가 왔는지 안 왔는지 확신이 없는 눈치였다. 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을 천천히, 어깨 높이까지만 들었다.
"저... 여기 있는데요."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교실의 정적을 깨기엔 충분했다. 그제야 담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어?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아침 조회 때부터요..." "아, 그래? 흠, 흠. 대답 좀 크게 해라. 없는 줄 알았잖아."
담임은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몇 번 뱉고는 황급히 18번을 불렀다. 아이들은 킥킥대거나, '쟤 있었어?'라고 입모양으로 속삭이다 금세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준우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익숙했다. 성적은 반 30명 중 정확히 15등.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면 공조차 그를 피해 다녔고, 단체 사진을 찍으면 초점이 나가거나 누군가의 어깨에 가려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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