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의 딸
미란의 어머니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무속인이었다. 남들은 '신내림 받은 여인'이라며 경시하거나, '귀신 보는 미친 여자'라며 수군대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림굿은 늘 정확했고, 그녀 입을 빌어 나온 말은 반드시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 척하면서도 아픈 가족이 생기거나 이상한 꿈을 꾸면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미란은 남다른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혈통의 아이'였다.
미란이 세 살 무렵부터 집안 곳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란이 감기에 걸려 고열로 앓을 때면 자주 전등이 점멸됐고, 텔레비전이 켜졌다 꺼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갑자기 부엌에서 멀쩡하던 그릇이 깨진 것도 수차례였다. 처음엔 단순한 오작동이라 여겼지만, 점점 빈도는 늘었고 현상은 더 기묘해졌다. 어린 미란의 울음소리에 주변 공기의 온도가 변하거나, 낯선 그림자가 벽을 따라 물처럼 흘러가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서운함과 안타까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조상님도 너무하셨지. 내 대에서 끊어달라는 기도를 이렇게 답을 주실게 뭐야. 미란아, 엄마가 미안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미란의 삶은 평범함에서 더 멀어졌다. 무녀의 딸이라는 낙인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친구들은 그녀를 ‘귀신의 아이’라 부르며 멀리했다. 게다가,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수상한 일들이 모두 미란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은 어린 소녀를 더 고립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괴롭히던 아이가 다음 날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리거나, 험담을 한 아이는 집에서 넘어져 팔을 다치는 일도 있었다. 몇 번은 우연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아이들 사이에는 '미란의 저주'라는 말이 퍼졌다. 어떤 이들은 그녀의 눈빛만으로 기분이 나쁘다고 자릴 피했고, 어떤 이들은 그녀가 귀신과 말을 한다며 겁을 내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미란은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녀는 말수를 더 줄였고, 시선은 항상 땅을 향했다. 친구와 어울리는 일도, 단체 활동도 가급적 피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조용했던 미란 주변은 한 번의 사건으로 또 과거의 아픔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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