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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잃어버린 눈빛

초대하지 않은 자

by 추억바라기

5년 전, 북미 지역의 한 외곽 도시.
현지 시각으로 새벽 2시 48분. 한인 이민자 가족이 거주하던 작은 주택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집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2층짜리 목조 건물로, 사건 당시 집 안에는 세 명의 가족이 머물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딸.

이웃 주민들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경보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보이는 불길을 목격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20여 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내부는 이미 처참하게 불타 있었다. 그날 집 안에서 구조된 사람은 10대 소녀 단 한 명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몸에 화상 상흔 하나 없이 2층 침실에서 혼자 발견되었다.
이상했던 건 사고 직후 그녀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무엇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그저 타버린 집터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방 당국은 전기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사건을 정리했지만 사건을 조사한 일부 경찰은 의문을 품었다.

불은 마치 집 내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로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또한, 소방 기록에 따르면 불이 번진 속도는 일반적인 가연성 물질의 연소보다 훨씬 빨랐다.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관은 잔뜩 겁먹은 경계의 눈빛으로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 집 안에 무언가 있었어… 일반적인 화재가 아니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두 명은 진화 작업 후 극심한 편두통과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 그들은 소녀를 구조할 때 마치 검은 안개 같은 형체가 그녀 뒤에 떠 있는 듯한 환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이들을 일시적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진단했지만 이후 두 사람 모두 소방관을 그만뒀다.

며칠 뒤,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는 인근 보호 시설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리 상담을 받던 중 소녀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살아남은 게 아니에요. 단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을 뿐이죠.”

그러고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정작 그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담당 상담사는 여러 차례 소녀와 상담 후 몇 주 만에 직무에서 물러났고, 끝내 전근을 신청했다. 그는 전출 서류에 단 한 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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