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잃어버린 눈빛

초대하지 않은 자

by 추억바라기

"진입 불가! 열기가 방화복을 뚫고 들어옵니다! 이건... 이건 일반적인 화재가 아닙니다!"

치지직거리는 무전기 잡음 사이로 동료의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5년 전, 북미의 한적한 교외. 평화롭던 주택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2층짜리 목조 주택은 이미 거대한 화마의 아가리 속에 처박힌 듯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마이크는 본능적인 오한을 느꼈다. 눈앞의 불길은 정상이 아니었다. 화염의 중심부는 붉은색이 아니라, 심해처럼 깊고 차가운 검푸른 빛으로 일렁였다. 소리 또한 기이했다. 목재가 타닥거리며 갈라지는 익숙한 소음 대신, 굶주린 짐승이 거대한 턱으로 뼈를 우두둑 씹어 삼키는 듯한 끔찍한 파열음만이 고막을 때렸다.

"젠장, 저게 대체..."

마이크는 매캐한 연기가 소용돌이치는 2층 침실 창가를 올려다보다가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지옥의 한복판, 창가에 한 소녀가 마네킹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맹렬하던 불길은 마치 소녀를 두려워하듯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그녀 주위를 피해 맴돌았다.

그때였다. 소녀의 등 뒤 그림자 속에서 검은 연기보다 더 짙고 끈적한 형체가 일렁이며 솟아올랐다. 그것은 흐느적거리며 소녀의 어깨를 천천히 감싸 안았다. 언뜻 보면 아이를 화마로부터 지키려는 듯 보였으나, 마이크는 직감했다. 그것은 보호가 아니었다. 결코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식자의 탐욕스러운 손길이었다.

이상했던 건 사고 직후 그녀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무엇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그저 타버린 집터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방 당국은 전기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사건을 정리했지만 사건을 조사한 일부 경찰은 의문을 품었다.

불은 마치 집 내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로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또한, 소방 기록에 따르면 불이 번진 속도는 일반적인 가연성 물질의 연소보다 훨씬 빨랐다.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관은 잔뜩 겁먹은 경계의 눈빛으로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 집 안에 무언가 있었어… 일반적인 화재가 아니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두 명은 진화 작업 후 극심한 편두통과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 그들은 소녀를 구조할 때 마치 검은 안개 같은 형체가 그녀 뒤에 떠 있는 듯한 환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이들을 일시적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진단했지만 이후 두 사람 모두 소방관을 그만뒀다.

며칠 뒤,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는 인근 보호 시설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리 상담을 받던 중 소녀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살아남은 게 아니에요. 단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을 뿐이죠.”

그러고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정작 그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담당 상담사는 여러 차례 소녀와 상담 후 몇 주 만에 직무에서 물러났고, 끝내 전근을 신청했다. 그는 전출 서류에 단 한 줄을 남겼다.

“그 아이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담으로 그 존재를 확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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