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
“조심해. 저건…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시연이 아니야.”
어느샌가 나타난 미란이 준우 옆에 나란히 서있었다. 미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시연의 뒷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썩은 늪지대에서 올라오는 악취처럼 끈적하고 무거웠다. 마치 비릿하고 역겨운 죽음의 냄새 같았다.
"오래된 거야. 아주 오랫동안 시연이의 슬픔을 갉아먹고 자란 놈이라고."
미란이 손끝에 쥔 부적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의 말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시연 안에 깃든 존재 그것은 단순한 망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감정을 먹으며 자라온 ‘이형의 기생체'였다. 굳이 정의하자면 악귀. 하지만 악귀라는 말조차 그 실체를 모두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그것은 시연이 해외에 있던 어린 시절 아니 그 이전 언니를 병으로 잃었던 그날부터 기생하기 시작했다.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든 상실감과 외로움, 분노와 절망을 빨아들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시연의 내면을 잠식해 갔다. 부모의 죽음 이후, 그것은 마침내 시연의 자아를 완전히 삼켜버릴 만큼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은 시연의 얼굴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미란의 등장으로 거리를 두며 조금씩 물러나던 시연이 어둠 속 한 건물로 사라졌다. 시연이 사라진 건물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폐병원이었다.
시연을 쫓아 준우와 미란은 폐허가 된 병원으로 들어섰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 깔린 유리 파편과 말라버린 쥐의 배설물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복도에는 십수 년은 묵은듯한 소독약 냄새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릿한 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끼이익-
바람도 없는데 녹슨 병실 철문이 제멋대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부서진 벽 틈 사이로 간신히 달빛이 스며들었지만 주변과 피하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주변은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벽을 타고 흐르는 검은 얼룩들이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사방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가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 시연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예전의 따뜻한 미소 대신,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눈동자는 마치 검은 안개에 잠긴 듯 텅 비어 있었고, 입술 끝은 너무도 부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꼭두각시처럼 삐걱이며 걸어오던 그녀는 입을 움찔거리며 움직이더니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무겁고, 음산한 저음으로 말했다.
“미란아… 너도 보고 싶었어. 항상 생각했어. 널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