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기! 궁극의 힘
준우는 눈을 감았다. 주변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공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깊이 들어마신 호흡이 마치 형태가 있는 물리적 힘이 되어 몸 구석구석, 여기저기를 뚫고 들어가는 듯했다. 기분 탓인지 실제 뚫고 내려간 호흡 때문인지 오랫동안 준우 내부에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공포, 증오, 절망, 분노, 슬픔, 우울함, 두려움, 불안, 걱정, 억울함, 후회...’
그것들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 공간에 이미 스며든 악귀와 악령들의 기운, 죽은 자들의 원념 그리고 이계의 틈에서 흘러든 이질적인 사념이 그것이었다. 준우는 그것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고, 흘러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그것들의 실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준우가 눈을 떴을 때 눈은 푸른빛으로 희미하지만 빛나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의 축구 골대, 철봉, 멈춰 선 그네, 동상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하는 풍경 속에서 그런 구조물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희미하게 남아 그것들은 윤곽을 드러냈다. 검은 안개처럼 이질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고, 검붉은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는 감정의 덩어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아이들의 혼령이 있었다.
준우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손끝에서부터 맑고 은은한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빛이라기보단 공간을 투명하게 정화하는 물결과도 같았다. 그 파동이 퍼질수록 어둠은 일그러지고, 짓눌리다 못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중심에 선 혼령들의 형체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악귀가 만들어낸 ‘어둠의 감옥’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준우의 파동에 힘을 보태듯 미란도 이 균열에 손에 끼고 있던 부적을 힘껏 날리며 말했다.
“그게… 결기야.” 미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악귀를 꿰뚫는 자에게 발현된다는 힘. 악귀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실체를 드러내며 정화하거나 파괴하는 궁극의 힘이라고 들었어”
“결기…?” 준우가 되뇌었다.
“어머니가 말했어. 아주 오래전 결기를 쓰는 존재들이 있었데. 다른 무속인이나 주술사, 퇴마사들과는 달리 악귀를 단순히 내쫓는 게 아니라 그 존재의 근원에 닿아 그 근원을 끊어내고, 정화하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했어. 어쩌면 그게 준우, 네 운명인가 봐.”
'찌지직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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