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경계단의 등장

결기! 궁극의 힘

by 추억바라기

"준우야, 멈춰! 네 몸이 못 버텨!"

미란의 다급한 외침이 수면 아래서 들리는 것처럼 먹먹하게 흩어졌다. 준우의 귀에는 오직 심장이 찢어질 듯 박동하는 소리와 폐교의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긁힘 소리만이 가득했다.

키기긱… 키긱…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음보다 수백 배는 더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준우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오히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하게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준우의 머리속은 온통 흑백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무채색의 풍경 여기저기에 검붉은 실타래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폐교의 복도,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끈적한 타르 같은 기운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게… 놈들의 정체인가.'

감정이 보였다. 아니, 느껴졌다. 엄마를 찾는 아이의 공포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소녀의 두려움 그리고 그 공포를 양분 삼아 비대해진 악귀의 탐욕까지. 그것들은 제각기 다른 비명을 지르며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으윽…!”

준우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수십 명의 비명이 귀속에 메아리쳐져 머리속을 직접 두드리는 고통이었다. 그때였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아주 미약하지만 밝은 빛 한 줄기가 느껴졌다.

‘살려… 줘…요… 형.’

은우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함께였다. 악귀가 만들어낸 이계의 공간, 그 좁고 어두운 틈새에 갇힌 아이들의 생명력이 풍전등화처럼 꺼져가고 있었다.

‘빨리 구해야 해.’

준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동공 위로 푸른빛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운동장의 칠이 벗겨진 동상, 멈춰 선 시계. 황량한 폐교의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준우의 눈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계의 공간 속 틈이 보였다. 현실 세계와 이면 세계가 맞물린 틈, 그 미세한 균열이 마치 깨진 유리창처럼 위태롭게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중심에 검은 안개를 두른 형체가 준우를 보고 서있었다. 수십 개의 팔다리가 엉킨 거미 형상의 악귀였다. 놈은 준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 고막을 찢을 듯한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폐교의 유리창들이 일제히 박살 나며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미란이 급히 부적을 날려 파편을 막아냈지만, 악귀가 내뿜는 살기는 그녀의 방어를 뚫고 들어왔다.

“준우야! 놈이 공간을 닫으려고 해! 지금 틈을 놓치면 아이들은 영영 못 돌아와!”

미란의 외침에 준우가 오른팔을 뻗었다. 주 선생에게 배웠던 호흡법을 떠올릴 겨를도 없었다. 그저 본능이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던 덩어리를 손끝으로 밀어냈다.

“제발 길을 트고, 틈은 갈라져라-.”

준우의 입에서 나직한 명령이 떨어졌다. 손끝에서 시작된 푸른 파동이 수면에 돌을 던진 것처럼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정화하는 준우의 간절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파아아앗-‘

푸른 파동이 닿는 곳마다 검붉은 타르가 씻겨나갔다. 악귀가 비명을 지르며 검은 촉수를 뻗어 준우를 공격하려 했지만 파동에 닿는 순간 촉수는 모래성처럼 바스라져 흩날렸다.

준우는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멈추면 아이들이 죽는다는 일념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이제 보여. 숨어도 소용없어.”

준우의 손이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악귀의 본체가 숨어 있던 공간의 틈이 마치 누군가 양손으로 억지로 벌리는 것처럼 ‘지지직’ 소리를 내며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 틈새로 겁에 질린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준우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손을 크게 휘둘렀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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