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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새벽의 속삭임

전야제

by 추억바라기

새벽 두 시, 갈목의 골목길은 여전히 바람 한 점 없이 정적에 잠겨 있었다.

등대의 불빛은 어젯밤 깜빡인 이후 단 한 번도 켜지지 않았다. 2층 창가에 기대 서 있던 준우는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수면 위에서 천천히 피어 올라오는 하얀 안개를 보았다. 안개는 서서히 조용히 번져나가 해안선을 덮었고, 그 속에는 어렴풋이 형체가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상 같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 흔들리는 실루엣들이 안개 안에서 일렁였다. 바라보고 있던 준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깨어 있어요?” 준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림은 이미 장비를 챙기고 있었고, 해담은 무릎을 두드리며 검집을 고쳐 매고 있었다. 미란도 어느샌가 부적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신발을 고쳐 신고 있었다. 가사를 입고 있던 유진이 먼저 민박집을 나서며 말했다.

“다들 느끼셨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나서야 합니다. 모두 등대 아래로 가시죠.”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달리 단호했고, 부드럽던 표정은 어느새 굳어 있었다.

"여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안 됐나 봐요. 허구한 날 야근이네. 야근이야?"

무거워진 분위기를 조금은 풀어보기 위해 해담이 킥킥대며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다들 당장 벌어질 고된 전투 걱정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켁, 켁-."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민망해진 해담만 헛기침을 연신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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