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데, 뭐가그리 아파요?

음악이 흐르는 풍경 : [한 여름밤의 꿈] / 권성연

by 이안

뭐가 그리 아파요? 맨날 맨날.

오늘은 알코올이 필요하다

오늘은 약을 먹기 싫다고 말하는 당신.

그러면서도 권성연의 [한 여름밤의 꿈]을 들으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는 당신.

어느 해 여름은, 내내 이 노래 한 곡만으로 여름을 버텨낼 수 있었다는 당신.


별들도 잠이 드는 이 밤
혼자서 바라보는 바다
외로운 춤을 추는 파도
이렇게 서성이고 있네


아름다운 가사와 낭만적인 멜로디의 이 노래를 들으면,

봄에 이별한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고 말하는 당신.

작년 제주도에서의 무덥고 끈적이던 여름을 이 노래로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당신.

하지만 작년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던 초봄이 다시 오자, "아파, 아파" 말하는 당신.

<1990년 여름밤의 향연 MBC 강변가요제에서 권성연이 [한 여름밤의 꿈]으로 대상을 차지했던 앨범>


[한 여름밤의 꿈]

1990년도에 발표되어 30년이 넘은 곡이지만, 리듬과 멜로디에서 세련된 재즈의 느낌이 물씬 났던 이 곡.

[브라운 아이즈]의 나얼이 2005년에 리메이크해서 발표했을 때는, 소울의 느낌이 더 물씬 나게 편곡했지요.

하지만, 나얼이 [한 여름 밤의 꿈]을 재즈라는 진국에 푹 넣어 고았다면(그래서 끈적끈적하게 몸에 휘어 감기는 곡이죠), 원곡자이자 가창자였던 권성연의 원곡은 재즈라는 낭만은 살리면서도, 맑고 청아한 목소리 때문에 순수한 발라드의 느낌이 강하지요. 어찌 보면 한국적인 세련된 재즈 발라드 음악의 초기 버전이죠.


권성연은 고대 불문과 4학년이던 1990년도에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해서 이 노래를 불렀고, 대상을 차지했지요. 1990년도에 고대 불문과 4학년이었니까, 아마도 88학번이었던 당신의 86학번 선배님이었을 거예요.

당신이 고려대 경영대학 88학번으로 입학했던 시절에 불문과 86학번에는 멋진 여자 선배님들이 많았는데, 권성연 누님도 그런 분들 중에 한 분이었던 거죠. 고려대 문과대학의 푸릇푸릇 잔디 앞마당과, 그 옆에 우뚝 선 상징물 석탑을 지나던 어느 봄날, 몇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당신도 나이 쉰셋이 되었고, 고대 불문과 그 선배님도 모르긴 몰라도 쉰 하고도 중반을 넘겼을 텐데, 그래도 여전히 1980년대 후반의 대학 캠퍼스는 그리워요.


<권성연은 강변가요제 대상 이후, 1집 솔로 앨범([한 여름밤의 꿈]도 수록됨)을 발표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영심이>, <피구왕 통키>등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로 더 알려지기도 했다>


MBC 강변가요제는 당신과도 개인적인 인연이 깊지요. 1994년 12월에 MBC 라디오국 PD로 당신이 입사를 했었고, 이후 여러 차례 강변가요제를 치르면서 예심 작품들을 심사하기도 했으니까요. 당시에 MBC 라디오 본부 PD들은 정말 대단했어요. 1980년대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한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던 많은 노래들을 세상에 드러나게 해 주었으니까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가요 시장에서는 SM, JYP, YG 등을 중심으로 한 전문 기획사가 메가 히트송을 거의 다 만들었기 때문에, MBC의 강변가요제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져서 폐지됐지만, 그래도 1980년대의 한국 가요계는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중요한 두 축을 형성하고 있었죠.


사랑하는 님, 저도 님처럼

[한 여름밤의 꿈] 좋아해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도 행복한 희극이지만,

낭만적인 여름밤에 MBC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춘천 남이섬에서 권성연이 불렀던 [한여름밤의 꿈]은,

우리들에게 여름밤의 낭만적인 추억과 행복이 늘 우리 곁에 있을 거라는 마법 같은 주문을 거니까요.

그리고 이 노래의 애잔한 서정적인 가사...


그대는 내 모습을 내 마음을 잊었나
차가운 바람이 내 사랑을 지웠나
모든 게 예전 그대로이고 달라질 이유 없는데
워~ 내가 그대를 그리는 것은 한여름밤의 꿈


사랑하는 나의 님이여!

봄이 오는 지금 여전히 많이 아픈가요?

어제 평창동에는 올해의 첫 벚꽃이 피었더군요.


이제 머지않아 꽃길이 펼쳐지겠죠.

꽃들이 지고 나면 당신이 사랑하는

낭만적인 여름밤의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거예요.

이젠 아프지 마세요.


비록 한 여름이 아닌 봄밤이지만,

<음악이 흐르는 풍경>에서 당신과 함께 듣은 싶은 노래예요,

눈이 쌓인 듯 하얀 벚꽃이 달빛에 빛나는 낭만적인 봄밤에도

[한 여름밤의 꿈]은 아름다운 꿈처럼 잘 어울리니까요.


<필자가 어제 서울 평창동에서 찍은 2021년의 첫 밤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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