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 오늘도 아침부터 입사원서를 여러 장 쓰다가, 아침 점심을 다 걸렀다는 걸 깨닫고 오후 3시가 넘어 식당으로 갔다.
월정사에서 참선을 하면서
절밥을 먹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히 살다가
속세에서 방탕하게 살았더니,
몸이 허해져서
오늘은 내 기필코 삼계탕을 먹으리~~
(근데 불가제가가 닭을 먹다니..
이런 죄가 있나!)
작심을 하고 인사동 근처에 있는 유명한 삼계탕 맛집에서 맛있게 닭다리를 마시고 있는데, (삼계탕 속 닭은 워낙 잘 익어서 씹는 게 아니고 마시는 거다!) 웬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할머니 : 참조기 하나만 사세요~~
식당주인 : 할머니 아까도 오셨잖아요. 여기에 조기 살 사람 없어요! 가세요!
할머니 : 아유~~~, 맛있다고 다들 어머니 드린다고 사던데,, 좀 사주지는....
할머니는 왜 굳이 삼계탕 집에 조기를 팔러 오셨을까?
가만 보니 할머니는 무더위를 피하러 오신 거였다.
오늘 같은 날, 길에서 행상을 하면서 조기를 파니 얼마나 더울까?
할머니는 조기 사라는 얘기는 더 안 하고 슬쩍 눈치를 보다가, 더위를 피해서 잠시 쉴 양으로
식당 테이블에 앉으셨는데,,
가만 보니 주인 심사가 언짢다. 곧 쫓아낼 기세다.
식당 공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기 전,
나는
이안작가 :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할머니 : 아니..
이안작가 : 그럼 삼계탕 하나 드세요. 제가 살게요.
할머니 : 아휴 그럼, 미안해서.. 미안해서....
하지만 할머니는 마침 배가 너무 고팠다면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다소 언짢아하던 식당 주인도 얼굴이 밝아졌다.
할머니는 내게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셨는데,
나는 "에이 뭘.. 만 몇천 원 갖고..."
그러시냐고 만수르처럼 대답했다.
사실 나도 월정사에서 받은 주급 42만 원을
거의 다 써서 생활비가 간당간당 하긴 하지만 ,
ㅎㅎㅎ
각설하고 암튼,
오늘의 결론!!
이러다가 나 극락 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의 결론은,
나는 극락보다는 지옥갈래.
극락에 가면 다를 착한 사람만 살고 있어서,
그동안 방탕하고 못되게 살아온 나는 극락에서 꼴찌 할 텐데..
그것보다는 지옥 가서 일등 할래...
월정사에서도 일 못하니까 구박받던데,,,
극락이라고 구박이 없으랴??
지옥 가서 칭찬받으면서 살리~~~~
PS. 이안작가의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