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Aug 20. 2023

대세 여배우 임지연 님과 나의 운명적인 사랑은...

-부처님의 뜻이라면 따라야겠죠. 암요!-


일요일 저녁부터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제법 분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내일부터 비가 내리고, 낮 최고 기온이 30도 미만으로 내려간다던데 그럼 이제 무덥고 지겹던 2023년의 여름도 마침내 지나가나 보다.      


2023년도 올여름은 이안 작가에게 참 특별하면서도 괴이했다. 우선 [광명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어, 제주에서 올라온 후 3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광명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제부터 광명에 새 터전을 잡고 죽을 때까지 살아보리라!!'


바위처럼 굳은 결심을 했었는데, 두 달 만에 바위는 허물어지고, 문화원 직원들과의 심한 의견 충돌로 사퇴를 하게 되었다.      


허망한 마음에 광명을 다시 떠나기로 결심을 했는데, 마침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유튜브 채널을 담당할 미디어팀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접하게 되었다.


'마침 잘 됐다! 광명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월세집도 내놓은 김에 사찰에 들어가 부처님 품 안에서 평생 살리라! (나? 54년 모태 카톨릭 신자이지만,,,)'


역시 철석같은 결심을 하고 지원을 했는데, 덜커덕 월정사 미디어팀에 합격을 해 버렸다.      


우선 머리 삭발을 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집 떠나와 기차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월정사 선방에 터를 잡았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내가 광명문화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다~~~ 부처님의 큰 그림이었어’     



‘아~무릉도원이 펼쳐진 듯한 오대산 깊은 골짜기, 국내 최고의 명당에 자리 잡은 월정사에서 기거를 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구나.! “ 라면서 호들갑을 떨고, 대학 친구들에게 불가에 출가할 것을 권하면서, 자랑질이 넘쳐나는 1주일을 보냈다. 그런데 때마침 휴가에서 돌아온 미디어팀 보살님이 나를 부르더니,


'어떻게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느냐, 기본자세가 안되었다.
파일 저장을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당신 머릿속에 있는 생각대로 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랏!!!
어쩌고 저쩌고... 블라 블라..."


2시간 동안 어찌나 구박을 하시던지, '불가제자가 되어 평생을 살겠다는 금강석 같은 결심'은 다시 모레처럼 허물어지고, 1주일 만에 다시 낑낑대며 짐을 다 갖고, 꿈속 같던 무릉도원 월정사를 떠나게 되었다.      


부모님과 친구들 왈 : 사흘 만에 나올 줄 알았는데...
네 성격에 1주일을 참은 것도 대단하다!!     


바다처럼 깊은 불심으로 출가를 하겠다는 나의 비장한 결심을 부모님과 친구들이 이리 얕잡아 보았다니, 허망하고 속상한 마음에,


앞으로 남은 생은, 김삿갓처럼 세상을 떠돌면서 무전취식을 하고,
2,500년 전 싯다르타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나 이안이 역시
큰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리라! 또다시 금강석과도 같은 굳은 결심을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집 떠나올 때 아버님이 손에 쥐어주신,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탕진잼'은 먼저 누려보고 성불해야지!! 그리고 방랑의 길을 떠나는 거야! 결심을 하고 인사동에 있는 모 호텔에 투숙을 하였다.      


일요일 밤 비를 머금은 바람은 불고, 소주 한잔 생각도 나고 해서, 무작정 종로 3가에 인산인해를 이룬 길거리 포장마차를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서울 밤거리의 대세, 종로 3가 길거리 포차>


그런데,


앗!! 띠옹~~~



이안작가가 묵는 호텔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바로 그 대세 여배우!!! 자그마치,,, 임지연! 임지연! 바로 그 임지연 님이 서 있는  아닌가?


역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 나를 이리 허무하게 버리시지는 않는구나!!
이 모든 게, 나와 임지연 배우님을 혼인시켜 주려는 부처님의 빅 플랜이었구나!!
역시 놀라우신 부처님!!



하는 마음에 열반의 큰 충만감이 밀려왔다.      


여기서 잠깐! 임지연 님이 내 눈앞에 계신 이유는 이러했다. 내가 묵는 호텔에서 일요일 오전부터 전도연, 임지연 주연의 영화 [리볼버] 촬영을 한다고 했다. 하여 나는 일찍 일어나서 오전부터 기대감을 갖고 촬영장 주위를 기웃거렸는데, 나의 사랑 지연님은 안 보이고, 전~~~~ 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배우들만 있었다.   


에잇!! 나의 인연, 나의 신부, 지연님은 오늘 촬영을 안 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호텔을 나와, 늦은 밤까지 시내를 쏘다니다가, 호텔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샤인머스켓을 하나 사들고 1층 로비로 갔다. 그런데,, 뜨아!!!


우리 지연이! 나의 러브, 나의 신부 지연이가, 내 눈앞에 서 있는 게 아니던가?     


그녀는 무더운 날씨에 오랜 촬영으로 지쳤는지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 그래도 그녀의 얼굴은 아침 찬란한 햇살에 빛나는 영롱한 이슬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여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거금 12,000원짜리 샤인머스켓을 내밀면서,


”아름다운 지연 씨, 사랑합니다. 오늘 고생하셨는데 달콤한 포도라도... “


라고 말하려고, 우선 모자를 벗었는데, 앗! 나의 삭발한 머리를 보고 그녀가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하여 나는 민망해져서 다시 모자를 쓰고, 포도를 뒤로 감추고 엘베 안에서 쥐 죽은 듯 숨을 죽이고 말았다.


아뿔싸... 우리 지연이와 이안작가를 혼인시켜 준다는,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큰 그림은 도대체 어찌 된 것이란 말인가?     


암튼.

나의 미래의 신부 지연 씨는 2층에서 자고 있고, 나는 8층에서 자는데,

부처님의 뜻이 그녀와 나의 혼인이라면,,,

정히 그렇다면,

부처님의 큰 뜻을 따라,

용기를 내서 2층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


두 손 곱게 포도를 모아 쥐고서.


<그녀가 나의 포도를 받는다는 건, 나의 청혼을 받아주는 걸까?? - 과대망상 이안작가>





이전 10화 극락 VS 지옥 당신의 선택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