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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Aug 03. 2023

이안작가의 월정사 일기(1).

-과연 운명일까?-

아빠 : 이안아 이번에 월정사에 들어가면 제발 오래 좀 있어라. 난 네가 그곳에서 계속 있어주면 좋겠다.

이안 : 아빠는 왜 멀쩡한 아들을 중으로 만들려고 하세요? 제가 이혼은 했지만 아직 혼자 살고 싶지는 않다고요.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로 들어오기 며칠 전인 2023년 7월 말경 아버지와 나눈 대화다.

3년 전 이혼을 하고 혼자 살면서 8번 직장을 옮기고, 4번 거주지를 옮겼던 나를 아버지는 늘 불안해하셨다.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월정사에서 숙식과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이나 반기셨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아들이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젠 좀 마음을 잡기를 기대하셨던 거다.      


아버지에게 투덜대기는 했지만, 나 역시 깊은 산속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고요함에 머무는 건 늘 꿈꾸던 삶이기도 했다. 월정사 미디어팀의 스님 업무를 지원해 드려야, 숙식과 최저 시급 정도의 월급이 제공된다는 조건이었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 편집에도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기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월정사에서 일을 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머리부터 스님처럼 밀어버렸다. 삭발을 한 내 모습을 보시고 두상이 나름 괜찮았는지 페이스북 친구분들은, ‘이안 작가님, 성불하십시오~’라는 인사말부터 건네셨다.  

   

그러고 보니 모태 가톨릭 신자임에도 젊은 시절 불교의 매력에 매료되어, 인도와 네팔의 불교 성지 그리고 중국 실크로드 전역을 6개월 동안 돌아다녔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도에도 달라이라마 14세를 만나 뵙고,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북인도 부두가야에서 가슴속 깊이 큰 울림을 느꼈던 것도 월정사로 들어가 위한 과정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월정사로 들어가기 하루 전날 밤까지 잠을 못이루며 이런저런 고민을 했고,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으로 떠나는 고속버스 티켓을 다시 취소해야 되는 건 아닌지? 내가 절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았다.하지만 결국 나는 다음날 월정사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계속)------------


월정사 입구 구름다리에서 찍은 오대산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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