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어요?
Claude Pro 연간 구독자가 $50 크레딧을 놓쳤다. AI가 쓴 항의 메일을 AI가 접수했다. 작은 억울함이 자동화 시대의 빈자리와 사람 값으로 이어진 기록.
연간 구독자로서 억울한 일이 생겼다. 클로드(Claude) Pro를 미리 연간 결제해 둔 상태였는데, Anthropic이 신규 사용자에게만 3개월 50% 할인 쿠폰을 뿌렸다. 화가 나서 AI에게 물었더니, "클로드 Opus 4.6 출시 기념으로 $50 무료 크레딧이 있다"고 답했다. 신청하려고 찾아보니 마감은 이미 2월 16일에 끝나 있었다. AI가 기간을 확인하지 않고 먼저 안내한 것이다. 혜택을 놓친 것도 억울한데, 부정확한 안내에 한 번 더 허탈해졌다. ChatGPT에게 전략을 물었고, 두 AI가 논의해서 만든 영어 항의 메일을 보냈다. 나는 판단만 했다. 답장은 23시간 뒤에 왔다. 발신자는 'Fin AI Agent from Anthropic'. AI가 접수했다.
AI는 빠르고 정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이 사용된 것에 대한 답이 좋을 뿐이다. 내비게이션이 지도보다 나은 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다닌 길의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용되는 답이지, 가장 좋은 답은 아니다. 오랜 경험이 쌓인 사람이 건네는 한마디는 다르다. 틀린 길도 가보고 돌아와서 다시 찾은 길이기 때문이다. AI는 실패의 감각을 학습하지 못한다. 데이터로 처리할 수는 있어도, 몸으로 겪은 것의 무게는 담기 어렵다. 생각보다 사람 값이 비싸다.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붙는 프랜차이즈는 가격이 더 비싸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본의 편의점은 하나둘 무인으로 바뀌고 있다. 기계를 다루지 못해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가격과 효율성 앞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빈자리는 새로운 취약점이 된다. 무인 편의점의 절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사기, 자동화된 CS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민원 악용. 사람이 있을 때는 눈빛 하나, 말투 하나로 걸러지던 것들이 기계 앞에서는 그냥 통과된다. AI는 패턴을 읽지만, 처음 보는 방식의 나쁜 의도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경험 많은 사람이 "이거 좀 이상한데"라고 느끼는 감각을, AI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 갖지 못한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감각의 공백은 범죄에게 열린 문이 된다.
사람 값은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이다. 컴플레인을 접수하는 AI, 분류하는 AI, 답변하는 AI. 그 뒤에 최종 판단만 하는 사람 한 명.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마저 사라지는 날.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무인화가 빠를수록 사람의 감각은 더 선명해진다. AI가 채울 수 없는 자리는, AI가 많아질수록 또렷하게 드러난다. $50 크레딧 하나를 놓치면서, 생각에 오래 잠겼다.
P.S. 3월 2일 항의 메일을 보냈다. 3월 12일 팔로업, 3월 16일 마지막 메일. 답장은 오지 않았다. 거절도 괜찮다.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라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 답이 없다는 건, 때로 거절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어땠어요 시리즈
02. 하루, 어땠어요? - 화요일 저녁, 충주맨이 사라졌다 離別
03. 하루, 어땠어요? - AI에게 항의 메일을 맡겼다 빈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