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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Oct 09. 2016

예쁜 그릇 욕심에 그만...

2016.10.8.







동네에 도예공방이 생겼다.


지인 따라서 들렸다 직접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들이 하도 졸라서 피곤한 몸을 간신히 질질 끌고 갔다.

현은 아빠와, 진이는 나와 함께 하기로 했다.


아들은 판에 지렁이처럼 찰흙을 돌돌 말아 올려 그릇을 만드는 거였고,

딸은 어려서 좀 더 쉽게 틀에다 찍어 형태를 잡는 고양이 접시를 만들었다.


현은 만드는 내내 매우 신중하고 진지했다. (녀석에게 이런 면이)

사실 그곳에서 내가 제일 말 많고 산만했다.






공방에 계신 선생님이 직접 만든 그릇들은 참 정갈하다.


옅은 민트색과 연두색 계열의 색감,

여백이 가득한 접시에 아기자기한 동물그림들.

공방 내부도 여백이 가득하고 그릇들도 전시품처럼 놓여있다.

보기만 해도 내 기분도 동화되어서 깔끔해졌다.


신랑도 20대에 취미로 도자기를 1년 넘게 배워서

집에 신랑이 만들었던 그릇과 컵이 수두룩하다.

(결혼하자마자 시댁에서 신혼집으로 박스채로 보내왔다. 흐엉~)  


오늘 간 공방에 있던 그릇들은 파스텔톤의 상큼한 색과 디자인이던데,

신랑이 그 옛날 만들었던 그릇은 죄다 민속주점에서 부침개나 도토리묵을 담아낼 만한 접시다.

뭔가 카키색 계열 바탕색에 흰색 유약이 거칠게 발라져 있는 신랑의 작품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다면 나는 아마 '텐바이텐'이나 '아트박스'에서 팔만한 그릇을 만들 것이다.







딸은 옆에서 찰흙 소꿉장난 하고,

나는 계란 프라이라도 놓아볼 요량으로 정성껏 작품에 임했다.


고작 고양이 눈, 코, 입을 붙이는 게 다였지만,

눈길의 적당한 비율과, 코의 알맞은 크기, 웃는 입의 모양을 만들며

창작의 고통(?) 비슷한 것을 느꼈다.

예술가들은 진정 위대하다.


마무리하고 깨끗하게 손을 씻으니

뭐라도 한 것처럼 괜히 뿌듯했다.


차분하게 만들고 성과물을 내는 과정은 언제나 즐겁다.



+

이참에 성인 레슨을 받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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