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숑로제 May 11. 2016

운수 나쁜 날

2016. 5.10.




아침부터 대형참사


가방이 좀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카페에서 막 텀블러에 담아온 라테가 가방 안 가득 차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텀블러의 뚜껑이 잘 안 닫혔나 보다.

정말 모든 일은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다.


내 빨간 장지갑은 뜨거운 국물을 잔뜩 마셔서 이미 몸이 불었고,

각종 영수증들은 이미 용해 직전,

몇 달 전 2년 노예 약정에서 헤어난 갤럭시 노트는 탕에 몸을 뜨끈하게 담그고 있었다.

이런 기분 처음이라는 듯...

따뜻한 커피를 잔뜩 뒤집어쓴 핸드폰을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하는 심정을 아는지..

(아니면 영원히 모르고 싶으신가요?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만)


핸드폰이 고장이 나 종이에다 직접 그림을 그렸다.

젖은 가방의 강렬한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싶었지만

나뿐 아니라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참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뒤늦게 뛰는 놈



아침에 이미 하루를 마감하고 싶었다.

8월 여름휴가 계획을 위해 항공권을 검색하다 아연질색.

휴가 날짜에 맞는 저렴이 항공권은 거의 매진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생각해보니 난 매번 뛰는 놈이라는 생각에 괜히 나는 분들한테 화가 났다.


갑자기 쫄밋해졌다.

당장 항공권, 호텔 예약을 마쳐야 한다.

검색, 클릭, 다시 검색, 클릭, 블로그 검색, 후기 검색, 가격 비교, 다시 검색 그리고 무한반복.


이미 4시쯤부터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일진이 사나우니까 일찍 자야지 했건만,

신랑이 맛보기만 보라고 틀어준 영화를 꾸역꾸역 다 봤다.('이디오 크러쉬', B급 스타일, 발상 참신)

운동 갔다 슈퍼에 들린 신랑은 '불닭볶음면'을 사 왔고,

역시 꾸역꾸역 다 먹었다. (오늘 토요일 아니죠?)



그리고

좀 쑥스럽긴 하지만,

내 일기니까 솔직하게 쓰자면,

그러고선 정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작가의 이전글 내 안에 돼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