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13.
학생들 학습지 편집할 때,
5분 정도 폰트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고르고 있다던가.
아침에 마음에 드는 블라우스를 입고
신발까지 신었는데 어쩐지 귀걸이를 꼭 해야 어울릴 것 같아서
다시 안방까지 뛰어들어간다던가.
사 먹어도 되는 쨈을
어느날 갑자기 꽂혀서 만들고 있다고 있다던가.
어찌되었든 이래저래
내 신세를 볶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간만에 동생 가족들과 나들이를 간다는 생각에
굉장히 들뜨고 설레여 아침을 브런치 스타일로 대접해야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취지는 좋았으나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브런치를 11명 분을 준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는 것 보다는
좀 짐이 많아진다.
브런치 재료라고는
소세지, 계란, 식빵과 약간의 과일이 전부지만.
은근히 서브로 들어가는게 좀 있다.
일단 소세지에 뿌려먹을 케첩과 머스터드.
같이 곁들 음료로 아이들은 우유, 어른은 커피.
게다가 식빵은 그냥 놓으면 맛이 떨어지니
토스터기를 챙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전날 티라미수도 디저트로 만들어갈까
싶어서 장볼때 재료를 쟁였는데,
신랑이 그건 진짜 아닌 것 같다며 말려서 안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보 고마워 말려줘서)
어찌되었든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다보니...
출발 직전에는 여행을 꼭 가야하는건지
좀 포기하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다음날 아침,
테이블에 셋팅한 브런치.
다들 싹싹 접시를 비웠다.
소세지 싫어하는 진이만 빼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바리바리 싸게 되나보다.
지금은 그래도 나이가 젊어서
내가 내 신세를 볶는다는 말이
어쩐지 좀 부지런해 보이기도 하는데
나중에 늙어서 막 이러면,
미련을 떠는 것처럼 보일라나...
+
신랑한테 코치 좀 해달라고
부탁 좀 해야겠다.
나는 이런 부분에 굉장히 맹한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