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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n 19. 2016

날 좀 딱 10분만 내버려 둬.

2016.6.18.




신랑이 자격증 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커리어에 대한 진취적인 남편의 자세는 꽤 높히 살만 하다. 그러나 이번주 수요일 빼고 매일같이 12시 넘어 들어오니 체력에 한계가 왔다. 신랑일 도와주다 곧바로 아이 픽업하고 집에 오면 저녁이다. 간식 조금 챙겨주고  집 좀 치우고 밥해서 먹이고 씻기고  좀 놀다 재우는 게 일상이다. 아빠가 원래 아이들 목욕 담당인데 오랫만에 안 쓰던 근육을 매일 쓰니 피로감이 배가 되었다.

애미가 자식들 돌보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정말 곤란하다. 그건 마치 지구상의 많은 여성이 출산을 한다고 해서 아이 낳는 엄청난 고통이 남들 다하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아이 보는 것이 힘든 이유는 무엇보다 내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 아이들의 습성에 기인한다. 이젠 아이들이 좀 커서 6살, 4살이라 말도 하고 대화 가능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특히 가장 만만한 엄마한테는 얄짤 없는데, 엄마가 피곤하니 오늘은 놀이터 가지말자고 해봤자 소용없다. (하원후 자전거를 타고 싶어함) 녀석들에겐 애초에 협상은 없다. 결국엔 나도 끊임 없는 요구에 시달리느니 지친 몸을 좀비처럼 질질 끌며 나가게 된다.(그래 맘대로 해.맘대로 하라구!) 그리고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있다 틈을 봐서 집에 잽싸게 데리고 온다.

자전거 타러갔다 들어오니 녹초가 되었다. 수학여행때 날밤 새면 다음날 머리가 그렇게 아팠는데 그느낌 비슷하게 두통이 있었다. 몸은 녹을 지경이 되어 베개를 거실 매트로 가져와 들어누웠다.

"엄마 쫌 만 누워있을께. 놀고 있어"

아이들이 좀 왔다갔다하나 싶더니 이내 날 깨운다.

"나 잉글리시에그 틀어줘"
"엄마 나 배고파"
"피터팬 보고 싶은데 보여줘"
"일어나 봐. 엄마!"

애들인데 엄마한테 요구하는 건 당연한건데  
그 땐 뭔가 서러워졌다.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지금 정말 피곤하단말야. 놀이터도 너네가 가자고 해서 엄마가 힘들어도 갔었다구. 지금 쫌 쉬어야 니네 밥도 해주고 씻겨. 응? 알겠어?"(하이톤에 감정에 북받친 큰소리)

하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절규에 가까운 엄마의 투정이었다. 아이들은 순간 얼음이 었다. 노래 가사 속 부모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고'(GOD의 '어머님께') 게다가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Psy의'아버지') 는데 어찌 된게 나는 아이앞에서 힘들다고 떼를 부리는 형국이었다.

아직 어린애들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이람. 엄마가 이렇게 울면서 난리를 치니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침착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 교육적으로도 좋을텐데. 이런저런 부끄러운 감정이 들던 중 녀석들이 말한다.

"크흐흐. 엄마 우나봐"
"엄마 얼굴 우끼다. 푸힛"

아들이 먼저 웃으니 상황파악이 안되던 딸내미도 따라 웃었다. 아이들 반응에 다행스러우면서 좀 무안하다.

'그래 내가 너희들한테 뭘 바라겠니.'

헛헛해진 마음으로 눈물을 손으로 슥슥 닦고
저녁밥 안치러 부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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