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진짜 시골로 들어왔다.
오키나와는 나의 대탈출 여행의 시작점이다. 일부러 조용한 온나손을 장기 숙소로 정했다. 이전에 몇 번의 오키나와 여행을 왔을 때, 온나손은 이동 경로의 중간쯤에 있어 대부분 지나가는 곳이었다. 온나손에는 많은 리조트들이 있어 잘 알려져 있지만, 마을 자체는 조용하고 소박했다. 큰 리조트들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꽤 합리적인 에어비앤비 숙소들이 섞여있다.
혼자 지낼 적당한 숙소를 대여하고, 나름의 정착을 시작했다. 내 숙소는 ‘후차쿠’와 ‘마에가네쿠’의 경계 부분이었다. 잘 알려진 몬토레 리조트와 문비치 리조트 근처이다. 리조트 규모에 비해 주변이 조용한 동네여서 좋았다.
처음 며칠은 나하에서 온나손으로의 이동과 정착 초반의 준비를 위해 차를 렌트했다. 사전 조사 때 찾아보니 숙소 근처에는 마트가 없었다! 조그만 동네 마트도 보이지 않고 편의점들 뿐이었다. 시골에 던져지고 싶어 했으니까 이것도 재미있을 듯싶었다. 내가 많이 의지하는 ‘오키나와 달인’ 카페에 물어보면, 먼저 지내본 선배님들의 친절한 설명이 달린다.
‘이 동네에 마트 따위는 없단다. 최소 이시카와로 넘어가야 할 것이야.’
말씀에 따라, 차가 있을 때는 '이시카와’로 넘어가서 San-A 마트 '이시카와 점'에서 장을 볼 수 있었다. 차를 반납한 이후에는 버스를 타고 San-A 마트 ‘오오완점’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이시카와는 직행 버스가 없고, 오오완 시티는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버스 간격이 길어 마트 다녀오는 게 한 세월이지만 그것 역시 느릿느릿한 재미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다닌 게 얼마만인가 싶고, 버스로 지나는 산길이 반가웠다. 다만 교통 체증이 심한 시간에는 돌아오는 버스를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적이 있다. 그건 좀 버거웠지만 가끔이었기에 견딜만했다.
온나에 온 첫 3일간은 차가 있었기에, 정착 준비를 하며 오키나와 전역의 좋아하는 장소들을 맘껏 드라이브했다.
해중도로는 늘 멋지다. 해가 가려졌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해중도로를 지나 아름다운 이케이 비치도 들렸는데, 하늘이 많이 흐려져 물빛이 영 별로였다. 햇살 좋은 날의 이케이비치는 정말 이뻤는데.
누치마스 소금공장 + 카호절벽 역시 항상 들리는 곳이다. 한국에서 ‘단짠’이라는 개념이 사랑받기 전에도, 이곳의 소금 아이스크림으로 이 조합을 접할 수가 있었다. 생소하면서도 맛있었다. 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오키나와에 처음 와서 모든 게 신기했고 완전히 반하고 돌아갔던 첫 여행이 떠오른다. 그래서 올 때마다 의식처럼 먹어주는 아이스크림이다. 처음 왔을 때 건물 꼭대기층 전망대에서 먹던 기억이 늘 떠올라서, 항상 그곳으로 올라가거나 밖을 바라보며 먹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힘을 내서 건물 앞 언덕을 오르면, 카호 절벽(또는 카후 절벽)의 절경이 펼쳐진다. 아이스크림 먹고, 가벼운 등산으로 혈당을 내려주며 이후 절경까지 감상하는 좋은 코스이다.
며칠간을 추억 여행으로 신나게 돌아다니고 차를 반납했다. 온나손에서의 진짜 뚜벅이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매일 걷던 바다는 '나카도마리'라는 마을의 앞바다인 ‘나카도마리 비치’였다.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아무도 없을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예쁘고 조용한 바다를 독차지 한 느낌이었다. 이 바다를 포함해 긴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이 매일매일의 기쁨이었다.
만 원도 안 했던 저렴이 화이트 화인과 오리온 맥주.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한 번 얘기해보려 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주류가 조금 저렴하다. 주세가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중간중간 무알콜 맥주를 마셔가며 건강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가격이 깡패라 유혹이 심했다. 술을 할인하는데 안 살 수가 있나.
이렇게 나는 아무 일정도 없고, 공부만 조금씩 하며 대부분 쉬면 되는 늘 꿈꾸던 백수 생활을 위한 장소에 안착했다.
다시 갈 준비, 온나손과 나카도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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