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독일에 도착한 다음 날이 밝았다.
날이 흐렸으니 밝았다는 표현은 좀 맞지 않을지도. 아무튼, 프랑크푸르트 공항 장거리기차역에서 뮌헨행 기차를 타고 뷔르츠부르크로 이동을 하면서 드디어 머나먼 타지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기차는 1시간 거리를 달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같이 이동한 세명 모두 짐이 상당했기에 누구 하나 신경 쓸 겨를 없이 한 명은 택시를, 나와 다른 친구는 버스를 타고 시내에서는 약간 떨어진 기숙사를 향해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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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 된 기숙사는 후블란트 기숙사(Am Hubland 16)이다. 우연히 기숙사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탔지만, 바보같이 전前 정류소에 내리는 바람에 비를 맞으며 약간의 경사를 따라 기숙사에 입성했다.
오자 마자 겪은 첫 번째 난관은 바로 기숙사 문이었다. 애매하게 점심시간 부근에 도착한지라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벨을 꾹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기숙사 거주민이 있어 기숙사에 입성은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와서는
"새로 온 친구구나? 내가 하우스 마이스터야!"
젊은 관리인이 관리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학생 같은(?) 느낌의 관리인이라 처음에는 기숙사에 사는 입주민인 줄. 아무튼 그의 방으로 가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키를 받아서 마침내 내 방에 입성할 수 있었다. 내 방은 독일식 2층(한국과 달리 독일은 그라운드층, EG;Erdgeschoss이 존재한다. 이후 층부터 1층)이고, 무려 발코니가 딸린 방이었다.
테라스 공간을 잘 쓰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보너스 공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 좋은 포인트였던 것 같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며 맥주를 마시기에는 봄은 너무 쌀쌀했고, 여름엔 벌레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있는 것이 어디인가.
Tipp
후블란트 기숙사에는 기본 가구와 와이파이 공유기가 제공되지만, 식기류 등 이외의 물품은 자체 조달해야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커튼도 있는 방이 있고 없는 방이 있어요!
짐을 대충 정리한 뒤, 침구류를 구매하기 위해 시내에 있는 울월스(Woolworths)로 향했다. 같이 온 친구들의 감성을 만족시킬 예쁜 침구류가 없었지만, 이케아로 향하기에는 모두 지쳐있었고 수많은 지뢰(?) 속에서 적당한 무늬를 지닌 침구류 세트를 구매하여 나왔다.
침구류를 사 온 뒤 약간 당황했던 점이 있다면 바로 크기이다. 웬만한 성인 몸통만 한 '정사각형' 베개가 들어있던 것이다. 왜 이렇게 큰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한데, 어깨부터 배는 베개가 목 건강에 좋다는 설이 있고 베개를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켜서 자기 위하여, 즉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여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생각보다 베개가 낮기 때문에 나는 한번 접어서 사용했다. 독일 사람들은 이 규격을 많이 사용하는지라 이후 이케아에 방문하니 저 사이즈에 맞는 여러 종류의 베개 커버도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필요한 물품을 사 들고 돌아온 이후, 가지고 가기로 약속한 중고 물품을 가지러 이웃 기숙사로 다녀왔다. 해당 기숙사가 버스 정류장과 약간 떨어져 있었고 내가 가지고 갈 물품이 많았던지라 나누어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 번에 옮기기로 하고 호기롭게 나왔는데, 오르막 다섯 걸음 걷고 후회했다. 아 나눠 들고 갈걸.
낑낑 거리며 겨우겨우 버스 정류장에 도착을 했고, 바리바리 짐을 들고 있는 아시안을 본 버스 기사님은 앞문이 아닌 뒷문으로 승차할 수 있도록 정차했다. 티켓을 보여줘야 하나 싶었는데 같이 탄 사람도 그냥 있길래 눈치껏 그냥 타고 왔다.
Tipp
티켓을 탈 때마다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보여달라고 하는 기사님도 있으며 가끔 검표원이 중간에 탑승하여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이때 학생용 도이칠란트 티켓을 구매한 경우, 검표원에게 유효한 신분증을 같이 제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중고 물품을 가지고 온 뒤 장을 보러 가야 했으나 이미 시차와 피로가 쌓여 바로 캐리어에 있던 신라면을 뜯어먹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일이 남아있었다. 짐 정리는 언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