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어때요~~

인싸? 아싸?

by 예쁜손

난 내가 생각해도 참 재미없게 산다.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별 취미생활이 없다. 한때는 드라마나 영화에 빠져 지낸 적도 있는데, 그것은 이미 옛말. 화면에 몰두해서 한 시간 이상 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편두통이 나를 찾아온다. 그래서 티브이 시청, 영화 관람을 포기한 지 한참 오래되었다.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보니 매일 명희 씨 카페 가서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거의 집에 칩거하는 오리지널 집순이이다.

그렇다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다. 무던하고 수더분한 성격에 뾰족하지 않고 둥근 편이라- 나를 생각하는 타인들의 평가는 인색하지 않다. 사실 알고 보면 덜렁이인데 차분하고 조신한, 천생 여자 같다는 수식어가 내 앞에 종종 붙는다.

약간의 낯가림은 있지만 그것도 나이를 먹어가니 저절로 변죽이 좋아져서 낯선 사람이라도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는 나도 적극적으로, 붙임성 있게 다가가기도 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음악을 듣는다. 한번 꽂힌 음악은 며칠이고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브런치 작가님 중 한 분이 추천한 장범준의 '잠이 오지 않네요.'를 며칠째 틈만 나면 듣고 있다. 이소라, 자이언티, 빈지노, 정승환, 종현, 폴 김, 김동률, 아이유, 어반자카파 등 보이는 비디오형 가수의 음악보다는 오디오형 가수의 음악을 좋아한다. 요즘 우리나라에 트로트 광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트로트의 맛은 잘 모르겠다. 내 나이 오십 중반이지만 음악적 취향은 젊은 편이다. 그밖에 피아노 연주곡이나 CCM을 즐겨 듣는다. 중간중간 멍 때리며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이 제법 잘 간다.


무리에 속했을 때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만남도 가까운 두, 세 사람 만나는 모임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데, 좀 인원이 많아지면 뭔가 가슴속이 답답하고 겉도는 느낌. 맞지 않은 못을 입은 듯 불편하다. 이상하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닌데, 개인적인 만남에서는 침묵이 어색해 먼저 말을 거는 편에 속하는데 이상하게 여럿이 모이는 모임에서는 유독 집중을 못하니 아무래도 요즘 기준에서는 아싸에 (아웃사이더) 가까운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기질적 성향은 코로나 팬데믹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오래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까운 친구들이 여러 번 만나자고 했는데도-보고 싶고, 그립고, 외로운 마음은 크지만 왠지 귀찮은-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거절을 해서 친구들을 섭섭하게 했다.

참 나도 모르겠다. 외로운 것은 맞는데, 사람이 그리운 것도 맞는데 점점 활동하는 생활 반경도 줄어들고 매일 같은 생활의 연속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은 왜일까...


오늘은 이마트의 남성복 코너에 아르바이트로 6시간을 근무했다. 내가 가끔씩 나가는 캐주얼 코너의 옆 매장 점장님이 급한 볼 일이 있어 내게 부탁을 하셨다. 마침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이라 오후 타임에 출근을 했다. 주말인데도 휴가철에, 코로나 4단계 상황이라는 악재가 겹쳐 매장에 거의 사람이 없다. 의류를 구매하려는 목적보다는 뜨거운 폭염을 피해 마트에 피서차(?)분들만 몇 분 오고 갈 뿐이다.

허름한 셔츠에 배낭을 멘 할아버지 한 분이 매장 앞에서 기웃기웃하신다. 인사를 하고 필요한 물건을 여쭙는데, 이 분도 딱히 구입하러 매장에 들르신 것 같지 않다. 8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 모습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사근사근 옷 이야기며 날씨 이야기로 마음을 편하게 풀어드린다. 한참을 구경하시다 옷이 많으시다고 다음에 꼭 들르겠다고 약속을 하시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이 그냥 마음이 짠하니 아려온다. 미루어 짐작컨대 그냥 더위와 외로움을 피해 사람의 숲으로 나오신 깃 같아 가슴이 아펐다.


가까운 친구들은 지금의 내 고립을 걱정한다. 물론 한동안 극심한 우울증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렸던 과거가 있으니 당연한 걱정 일 것이다. 내가 그들의 나에 대한 사랑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건강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고난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다. 인싸면(인사이더) 어떻고 아싸면(아웃사이더)어떤가. 지금 내 마음에 소소한 것들을 감사할 줄 알고 나보다 연약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는데, 그런 기준이 대수일까...

난 당분간은 누가 뭐래도 아싸로 살고 싶다. 지금의 혼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들을 좀 만끽하고 싶다. 아무렴 어때요.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타인의 눈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살고 싶은 마음. 고정된 틀에 가두지 않고 조금은 겉돌며 삐딱한 눈으로 나만의 세계로 살고 싶은 바람. 그것은 인싸도 아싸도 행복한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