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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Nov 22. 2023

원래는 한 몸이었나, 구두미와 섶섬은


며칠 동안 갈등했다. 구두미에는 추천할 맛집과 카페가 없어 다음 편인 ‘보목’과 함께 묶어야 하는 게 아닐까. 보목마을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구두미를 따로 뗀 건 그곳에 대한 내 사랑이 워낙 큰 탓이다.     


어느 해인가, 서귀포 택시 투어를 했다. 기사에게 맡겼더니 몇 군데 데려간 후 구두미에 발길을 멈추며 그가 말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망이 있는 곳이라서.”

 손만 뻗어도 닿을 듯 가까운 삼각형 모양 섶섬이 해무에 잠겨 있던 날이었다. 검은 돌무더기 끝에 서서 훌쩍 뛰거나 헤엄치면 섬에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이 벅찼다. 아이들 말 그대로 ‘심쿵’할 만큼 강렬한 풍경이었다.     


그 후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바람이 꽤 불어 파도가 볼만하다 싶거나, 삽상한 가을날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하고 싶을 때면 차를 몰아 그 바다에 가서 멈추고 서서 섬을 바라본다.     


따뜻한 날에는 포구 옆 바다 곁에 자리를 펴고 앉아 책 읽는 젊은이 모습도 보였고, 커피 트럭의 노천 의자에 앉아 차 한 잔 들고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무리도 있었다. 그렇게 구두미에는 바다와 섬밖에 없다. 그러니, 그대도 혼자 고요히 바다를 바라보고 싶은 날에는 이곳에 가시라.     


      

유래     

거북이의 머리와 꼬리를 닮아서, 구두미(龜頭尾)라고 부른다.     


섶섬(森島)

1,8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무인도.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으며, 특히 난대식물이 많은 곳으로 파초일엽의 자생지이다. 천연기념물 제18호인 파초일엽(芭焦一葉)은 섶섬이 유일한 자생지라 섶섬일엽(森島一葉)이라는 이명(異名)을 가지고 있다. [Visit Jeju]     

섶섬은 스쿠버다이빙 명소다. 섶섬 바다 아래에는 분홍바다맨드라미 군락을 비롯해 다양한 산호와 해양 생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출처 : 제주매일(http://www.jejumaeil.net)

 

카페     


1. 섶섬 지기     

구두미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겸한 곳이다. 차 한 잔 마시며, 야외 의자에 앉아 좀 더 오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구두미에 가려면 대개 이 카페 옆에 주차한다.      

    

2. 보레드 베이커스

구두미 뒤쪽 큰길 서귀피안호텔 1층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이다. 섶섬은 보이지 않고, 야외 좌석에서 문섬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커피와 빵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카페이다. 

요즘 서귀포에 서양 관광객들이 늘었다. 종종 해안 길에서 느긋하게 걷고 있는 서양인 노부부들을 만난다. 어떤 경로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우리 동네 해안 길을 흠뻑 즐기는 것 같아 흐뭇하게 인사와 미소를 건넨다. 

이 카페에도 호텔에 묵고 있는 서양인들이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모양 좋은 사각 채반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담겨 있었다.  


3. 푸드 트럭


우리 집에서 5분쯤 차로 한라산을 향해 올라가면 산록 도로가 나온다. 516 도로를 타고 제주시에 갈 때 오가는 길이다. 솔오름 전망대가 있는 곳에는 푸드트럭이 몇 대 있다. 나는 예전에 거기서 장사하던 아줌마와 친했다. 오가며 출출해서 오뎅도 먹고, 여름이면 아이스커피도 마시면서 그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지금은 어디에 계실까. 여기도 한 아주머니가 트럭에 계셨다. 얘기를 나누어 볼까, 하다 손님이 많아 슬그머니 돌아섰다. 

         

4. 북카페 백주산보(白晝散步)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 현지인들이 ‘제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카페’로 꼽는 개성 있는 곳이다. 내가 가장 한가한 날이 주중 월, 화요일인데 그날이 카페 휴무일이라 아직 못 가보고 있다. 시간 넉넉할 때 가서 사진과 영화에 관한 책들 보면서 쉬기 좋은 곳이라는 풍문이다. 곧 방문 예정.




바다는 멀리서 바라볼 때도 좋지만, 바다를 향해 가까워지는 한 발 한 발마다 그 모습이 달라진다. 개발되기 전의 해운대, 긴 다리가 놓이기 전의 광안리에서 바다와 친해졌다. 바다를 향한 걸음은 언제나 위로와 치유였고, 환희와 명상이었다.       


내 인생의 계절 같은 깊은 가을에 사람 없는 구두미를 걸으니 좀 쓸쓸했다. 쓸쓸하자고 들면 인생만 한 것이 또 있나.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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