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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Oct 11. 2024

재혼하고 싶지 않아요! 그 이유는?

  

혼자서도 충분해요     


단지 생활면에서 보면 요즘은 배달 음식도 많고, 요리 잘하는 남자도 많아서 한부모 가정이라도 먹고사는 건 문제가 아니죠. 집안일이 뭐 그리 힘드나요? 바쁠 땐 애들 배달 음식 시켜주고, 빨래는 세탁기에 건조기, 로봇청소기에 식세기 이모까지 있으면 주말에만 살림을 돌보면 되고요. 

물론 남자 힘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여자도 전동공구 사용할 줄만 알면 조립도 수리도 수월해요. 부엌에 안 들어가 본 남자는 혼자 살기 힘들겠지만, 솔직히 여자는 밥이랑 옷이랑 여러 가지 챙겨줘야 하는 남편 없는 게 더 홀가분합니다.      


외롭지만 자유로워요     


이혼 후 제 방침은,

일단 일하자.

기혼자와는 사귀지 말자 

혼자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였어요.

저는 마흔에 이혼해서 십 년 동안 혼자 여행 다녔어요. 세계 어느 곳이나 여행 가서 즐거울 자신이 있었고요. 아마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이 여행 다니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혼자라도 자유로워요.     


끊임없는 의심. 또다시?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어요. 이혼 전 남편이 의심스러울 때 끊임없이 남편을 뒤졌어요. 휴대폰도 뒤지고, 통장과 카드 내역과 자동차 블랙박스나 목적지도 수시로 확인했어요. 탐정에게 맡기는 대신에 뒤만 쫓지 않았을 뿐,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세우고 살았어요. 그 결과 정신이 피폐해져 이혼 후에도 오랫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어요. 죽지 않고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죠. 이런 제가 재혼을 생각할 수 있겠어요. 이 모든 의심이 끝난 것만으로도 살 만합니다.     

   

결혼만이 만능이고 해결책이라 믿지 않아요     


‘100세 시대에는 결혼도 두 번 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좋겠어요. 젊어서 한 번, 애들 다 키우고 또 한 번요.’

이런 말 하는 분도 보았지만, 저는 결혼 자체를 신뢰하지 않아요. 짧은 결혼 생활을 했지만, 결혼에서 얻은 게 없어요. 심지어 심리적 안정도 없던데요. 

이제 반드시 결혼하지 않고, 동거나 비혼이라도 자식 갖고 싶으면 갖고 키울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가 더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아이가 어려요. 크고 나서 생각해 볼래요.     


저는 아이가 중심입니다. 아직 어린 아이를 위해서 제 모든 걸 희생해도 좋아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제게 좋지 아이에게 좋겠어요. 차라리 자식 키우는 어려움을 감수하는 게 낫습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이 자체로 행복합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이들이 다 결혼하고 나서 적적하면 그때 재혼을 고려해 볼게요. 그때 되면 제게 매력을 느끼는 이성이 없을까요?      


사별했지만 전 배우자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아내는 영원히 단 한 명의 제 우렁각시입니다. 재혼하게 되면 아내와 관계된 모든 물건을 버려야 하는 게 싫어요. 전 아내를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처가 식구들과도 남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장모님도 친어머니같이 여깁니다. 아내와 같이 한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고, 늘 사랑하고 존중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또 있을 것 같지 않네요.     

    



내가 보고 들은 ‘재혼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나 역시 ‘모르고 한 번 했으면 됐지, 알고 또 할 일인가’ 싶었던 게 재혼이었다. 그래서 혼자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    

  

이제 나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돌보지 않는다. 내 시간은 짧게 한정되어 있어, 네 것이나 당신들의 것을 돌볼 시간이 없다. 난 이제 단순히 이기적으로 살아도 될 나이이다. 
- 한강 『이별하지 않는다』 중     


 2005년 황신혜가 이혼했을 무렵의 일이다. 동네 슈퍼에 갔을 때 주인 부부가 그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간단하게 그녀를 정의했다.

“두 번 이혼한 년!”

나는 그 말을 듣고 막막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혼한 여자, 더욱이 두 번 이혼한 여자에 대해서 저렇게 말하는구나, 싶은 깨달음에 몹시 울적했다. 그때 나는 이혼한 지 5년 지났었고, 매스컴에서는 이혼이 는다고 아우성들 쳐댔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이혼녀는 ‘이혼한 년’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이제 이혼은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굳이 감출 일은 아니게 되었다. 세상은 앞으로 더 다양해지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게 사회가 뒷받침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재혼하면 더 행복할 수 있지만, 안 해서 덜 행복하지 않다고.         


  

『재혼조건과 재혼성공비결』, 강희남, 부크크

재혼 통계 및 전반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읽어 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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