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설계(2)
남편의 말
한라산을 바라보는 북측에 위치한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집 전체의 디자인에 적용된 개방감과 단순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폭 좁은 일자형 평면에서 최소한의 공간을 차지하면서 공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1층에서 올라오면서 한라산이 보이고, 2층에서 서귀포 시내와 바다가 보이는 뷰의 변화로, 계단 역시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개방형 설계여야 했다. 설계사 역시 같은 생각이어서 초기에 제안했던 디자인들도 개방형 계단 디자인이었다.
초기에 제시되었던 계단 디자인들
그러나 너무 오픈된 계단을 무서워하는 집사람을 고려하고, 계단 발판의 양쪽을 막는 디자인은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계단 가운데에 I 빔을 보내고 날개를 달아서 그 위에 발판을 놓는 것으로 확정했다. 개방감도 있고 아래에서 봤을 때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게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난간은 개방을 위해 유리로 하되, 유리를 지지하는 포스트는 계단 날개에 지지하도록 하여 안전성을 확보하고 손 스침은 나무로 부드럽게 처리했다.
아내의 말
계단을 설계할 때, 나는 예외적으로 강하게 의견을 내세웠다.
너무 많이 뚫려 있으면 무섭다.
한쪽은 손잡이 아래 유리로 막아 달라.
사실 나는 발 앞쪽이 막힌 계단을 원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답답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말에, 열린 구조로 하는 것엔 찬성했다.
단,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달려 내려와도 안전한 모양과 구조를 갖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무수한 계단 사진들을 보며, “싫어요. 무서워요.”를 외친 끝에 지금 모양이 완성되었다.
계단이 들어와 설치되던 날을 기억한다. 장정 몇이 달려들어 엄청난 무게의 계단을 끙끙대며 옮기던 모습. 그들은 계단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두고두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 계단은 튼튼하다. 단순하며 아름답고, 무섭지 않다. 공간이 완벽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 허투루 되어선 안 되었다.
공사를 하는 동안, 남편은 거의 매일 아침에 출근 전 공사 현장에 들렀다. 안 그래도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니, 일하시는 분들은 아마 고역이었을 거다. 그리고 매일 현장 감독은 리포트를 남편과 나에게 문자로 보냈다. 이런 꼼꼼한 관심이 하자 없는 집을 낳는다. 나는 곁에서 “좋아요, 싫어요.”만 하면서 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맺음말)
이 집의 의미를 돌이켜 본다.
남편은 이 집을 지으면서 욕심을 내었다. 제주건축대전에 응모하고 싶다고.
“마, 조용히 살자.”
나는 그저 아무도 모르는 집으로 살고 싶었다. 우리에게만 의미가 있는 집.
제주에 오기 전까지 우리는 자녀들 유학비용을 대느라 허덕였다. 제주는 기회의 땅이었다. 이제 65세 부부가 평생의 짐을 벗고, 밥걱정 없이 공들여지은 자기 집에 산다. 이 나이쯤이면 이렇게 살 권리쯤 있지 않을까. 집 자랑하는 게 아니다.^^ 한 건축가가 평생의 꿈을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