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 직업의 세계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복수의 현직자들을 인터뷰하여 실제 업무, 향후 전망, 관련 분야 등을 상세하게 밝혀놓은, 좋은 의도의 좋은 출판물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의사, 치과의사, 수의사 등 기존 전문직은 물론이고 PD, 유튜버, 래퍼 등의 신생 직업군도 이 시리즈에 들어있는데 유독 한의사만 빠져 있다. 비단 이 시리즈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출판사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서점에 가봐도 크게 다를 것 없다. 한의학 또는 한의사에 대해 다루는 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한의사'라고 직업을 밝히면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우와 한의사 처음 봐요~'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럼 정말 침 놓을 줄 알아?' 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사는데 당연히 알지..) 정말 모르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호기심일 테지만, 그럴 때마다 왠지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전반적인 직업인들의 세계에서 뭔가 소외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한 아나운서 분이 본업을 접고 한의대 입학을 준비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그분께 응원을!) 그녀가 한의대를 선택한 이유는 심플하다. 일하면서 얻은 병을 어디서도 고치지 못했는데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 나아졌다는 것. 그보다 더 전에는 동상으로 발가락 절단 위기에 있던 환자를 한의사가 침과 뜸 치료로 완치시킨 케이스가 커뮤니티에 돌아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변에 미담들은 꽤 많은데, 막상 한의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듯하다. 잘 모르기 때문에 이상한 선입견이 더러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의사와 (종합)병원생활에 대해서는 드라마 등의 매체로 이미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한의사와 한의원 생활에 대한 콘텐츠가 적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용감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다뤄주지 않으면 직접 쓸 수밖에! 이제 더는 신비롭고 싶지 않은, 한의사 생활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