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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Jan 05. 2020

2020 신년 계획


시각적으로도 예쁘고 발음하기도 좋은 숫자 2020. 늘 그래왔듯 계획을 세워본다.



비록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라도

건강 관

아홉수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고 있는 피부와 모발 분야에 대해서도. 첫째, 전신건강. 그동안 미뤄두었던 러닝을 시작해볼까 한다. 심폐지구력이 바닥을 치는 나에게 오래 달리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 지금 당장은 10km도 힘들지만 올해 말까지 하프 마라톤에 나가보는 걸 목표로 잡았다. 초심자도 내팽개치지 않는 러닝 크루 구해요. 둘째, 피부건강. 충분한 수면시간도, 가벼운 술자리도 중요하지만 먼저 선크림을 생활화해야겠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부탁한다. 혹시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나를 야외에서 목격한다면 가차 없이 뺨을 날려주시길. (절대 반격하거나 고소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모발건강. 옛 성현들은 말씀하셨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머리카락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 가끔은 머리를 감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한낱 머리털조차 정복하지 못한 인류에게 과연 미래는 있는가. 인간들의 절규를 지켜만 보는 신은 정녕 악한 존재인가. 남을 탓하기 전에, 머리는 꼼꼼히 말리고 샴푸는 천연으로 바꾸기로 하자. 구원은 여기에 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없다.



애덤, 당신이 틀렸어.

글쓰기의 생활화

작년엔 오로지 나의 감에 의존해서 글을 썼다. 써보고 싶은 게 있으면 쓰고, 아니면 마는 식이었다. 사실 막연하게 이런 믿음 있었다. 글쓰기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적당한 타이밍에 알맞은 주제가 저절로 떠오르리라는.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감이 없으니 괜히 시덥지 않은 일에 허송했고, 금세 글감이 바닥나 이 주도 넘게 브런치를 비우기 일쑤였다. 그래서 해부턴 자유방임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집필에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기로 한다. 한 달에 두 번(5일/20일) 발행일을 정 업로드를 하는 형태로. 단, 이념의 특성상 주제의 자유도는 확실하게 보장된다. 으. 마감일을 정하고 나니까 벌써부터 막막하다. 짜를 맞추기 위해선 당장 오늘부터 부지런히 글감을 찾아야겠다. 그렇게 일상의 면면을 더욱 예민하게 읽어내다 보면 삶의 만족도가 조금은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다. 마감의 압박 때문에 금방 내려갈지라도.



꽃을 사면 기분이 좋다. 근데 잘 안 사게 된다

주변 돌아보기

이제껏 내가 베푼 것에 비해 내가 받은 것이 과분하다. 늘 믿음과 신뢰를 주는 가족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주변 사람들까지. 올해부턴 주변을 돌아보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데에 힘써야겠다. 손편지를 더 자주 쓰고, (기프티콘 같은 편리한 종류가 아닌) 선물을 직접 전달하기로. 아무 이유 없이 꽃을 사거나, 특별한 용건 없이 안부를 묻는 일도 좋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만 한정하지 말고 더 넓은 역으로 넓혀나가자.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칭찬을 건네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올해의 목표. 반기에 한 번은 봉사활동 다니. 기부도 좋지만 직접 몸을 써서 기여할 수 있는 일로. 나누고 베풀면 행복해진다는데, 진짜로 그런지 꼭 알아내야 내가 속이 시원하겠다.




올해가 마지막인 것처럼

버킷리스트 100개 만들고 실천하기

얼마 전 브런치에서 '버킷리스트 100개와 함께하는 한 해'에 대한 글을 읽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나도 올해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 아주 광범위한 2020 버킷리스트 백 개를 꼽아보고 있다. 버킷리스트라고 했지만 올해에 시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이고 사소한 일들을 모아놨기 때문에 딱히 거창한 도전은 없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독립서점에서 책 10권 이상 구매하기, 크로스핏 도전하기, 엄마랑 영화관에서 영화 3번 이상 보기, 혼술 도전하기, 운전하면서 고운 말 쓰기 등등. (아무래도 운전하면서 고운 말 쓰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비록 다 이뤄내진 못한다 해도,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나 원하는 목표를 확연하게 그려본다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시도일 테다. 그리고 혼자 100개를 채우고 다 실현해내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작은 모임을 꾸리려 한다. 서로의 리스트를 공유하고, 본받을 만한 목표는 조금씩 빌려올 수 있도록. 혹 겹치는 항목이 있으면 함께 도전해 봐도 좋겠다. 내가 여태 살면서 깨달은 바 중에 가장 확실한 건, 선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는 아주 큰 자산이 된다는 것. 역시 사람이 미래라는 것. 혹시 함께하고픈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저와 일면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본인이 좋은 사람이기만 하다면.




내가 애정하는 작가 김영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목표나 계획 같은 건 없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기대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지만, 곧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깨닫게 된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에서

조목조목 맞는 말이다. 이렇게 공들여 짠 신년 계획 중 다수는 무참히 나가떨어지고, 끝끝내 외면당하고, 격렬하게 부정당할 것이다. 그 수많은 잔해들을 보고 12월의 내가 다소 울적해질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여기에 미리 정신승리를 남겨둔다. 사실 나는 대단한 성취나 멋진 도약을 바란 적 없다고. 나는 그저 2020의 나 자신이, 2019의 나보다 약간만 더, 아주 약간만 더, 내 마음에 들기를 소망했을 뿐이라고.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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