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배우기 좌충우돌
나는 몬트리올에 살고 있다. 이 도시는 한 번도 살아보겠다고 상상해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곳에서 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몬트리올은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활기가 공존하는 특별한 도시다. 1976년, 대한민국이 산업혁명을 거치며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시절, 이곳에서 열린 올림픽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었고, 그때 양정모 선수는 대한민국 광복 이후 최초의 레슬링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EXPO 67에서도 우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천재 건축가 김수근 씨가 설계한 한국관은 50년 후, 그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복원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몬트리올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정체성을 느낀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익숙한 언어와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북미 대륙에서 유럽의 기운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이 도시는, 재즈 페스티벌을 포함한 각종 세계적인 축제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인기 명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소통하며,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공식 언어가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이다.
그중 퀘벡주는 유일하게 프랑스어가 공식 언어이며, 75%의 주민이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95%가 어느 정도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다.
나는 그 언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캐나다 중부인 마니토바에서 살 때, 연방정부 소속 기관을 방문하면 직원들이 "하이(Hi)"와 "봉쥬르(Bonjour)"라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여기 퀘벡주에서는 식당이나 일반 상점을 가도 "봉쥬르(Bonjour)"와 "하이(Hi)"라고 반대로 인사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이 강해서 프랑스를 여행하는 사람이 영어로 질문해도 프랑스어로 대답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지났고, 지금은 영어가 모든 세계의 통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퀘벡은 예외다.
여기서는 "stop"이라는 표지판 대신 "arrêt"이라는 표지가 모든 사거리에 서 있다. 우리가 즐겨 먹던 KFC는 캔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다. PFK(Poulet Frit Kentucky) 치킨 프라이드 캔터키라고 불린다. 국경을 넘어올 때도 "Welcome"이 아닌 "Bienvenue"다. 모든 것이 낯설다.
마니토바에서 영어를 배우며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겨우 원어민들과 섞여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익혔지만, 이제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언어, 프랑스어를 배워야 한다. 이 낯선 환경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몬트리올의 거리에서, 사람들 속에서, 언어와 문화의 경계에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