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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니가 왜 거기서 나와?

@Zumba

by 코리디언

오늘은 Gym에 가서 운동하기로 아들과 약속한 수요일입니다.

비싼 비용 때문이라도 가야 하는데 엊그제 내린 눈으로 인해 길은 온통 혼돈의 거리가 되었습니다.

인도는 인도대로 눈이 너무 많아 눈으로 된 벽이 생겨 걷기도 힘들고, 길도 없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에베레스트 등반하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 주차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합니다. 길 양쪽에 쌓아놓은 눈 때문에 양방 4차선 도로는 어느새 2차선 도로가 되어 차들도 엇갈려 지나가는 것도 비좁습니다.


그래도 아들과 약속한 것이라 눈 딱 감고 갑니다.

‘ 띠띡’

출입증을 스캔하고 들어섭니다.

“봉수아 Bonsoir” 직원의 형식적이지만, 그래도 친절 한 스푼 추가된 인사가 옵니다.

저도 “봉수아 Bonsoir” 인사를 합니다.

역시 캐피털리즘의 호사입니다.


캐나다에서 겨울에 Gym에 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벗어야 할 옷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1차적으로 모자, 목도리, 장갑 벗고,

2차로 코트 벗고, 겉옷 벗고, 신발 갈아 신고, (눈이 많이 내려 보통 부츠를 신고 다니기 때문에 실내가 더러워져 꼭 Gym 전용 운동화를 신으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습니다. )

좁은 락커가 벗어재친 옷들로 터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Gym에서 제공하는 클래스를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오후 5시 30부터 줌바(Zumba)가 있습니다.

1시간 동안 줌바(Zumba)를 한다니 벌써부터 당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집에서부터 챙겨 온 만쥬 1개와 버터링비스킷 1개를 휴게실에서 미리 먹습니다.

눈치도 살짝 보이고 해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빠르게 삼켰습니다.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다리운동 조금 하고, 물도 조금 마시고 클래스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서로를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저만 오늘 처음인 듯합니다.

어색한 눈웃음만 보냅니다.

거이 20-30 대 여자분들이었는데, 여성스러운 남성 한 분이 눈에 띕니다.

내 또래의 사람은 없는 듯합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고개를 더 꼿꼿이 세워봅니다.


강사님이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반갑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들어오자마자 듣기만 해도 몸이 들썩여지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가타부타 아무 말 없이 음악을 트시고, 스테이지에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어쩌다 정 중앙에 서버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어정쩡하게 몸을 움직여봅니다.

눈치를 살피다 팔도 흔들어보고 스텝도 밟아보지만, 박자를 따라서 운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나름 운동신경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아! 이건 도대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거 한 번 해 보겠다고 하는데 자꾸 옆 사람과 얼굴이 마주칩니다.

이런! 어쩔수까

그렇게 허우적거리다 보니 음악이 끝나고 모두들 환호성에 박수를 쳤습니다. 이제 한 곡 끝난 겁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음악이 나옵니다.

갑지가 한국말이 나와서 어리둥절 주변을 미어캣 모양으로 빠르게 스캔해 봅니다.

동양 아줌마는 나 하나인 듯한데…

‘아파트’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에게 아파트는 1980년대에 윤수일의 아파트였으니까요.]


사진자료: 나무위키

이게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저는 처음 접합니다.

한국말로 나오는 노래에 나의 국뽕이 올라갑니다.

더 열심히 팔다리를 흔들어봅니다.

여전히 박자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신납니다.

여기 있는 여인네들이 내가 저 신나는 음악을 만든 가수와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도 그녀(가수 로제)를 모르고 그녀도 나를 모르지만, 그냥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걸로 어깨에 힘을 좀 넣고 싶었던 겁니다.

야~~~~~~~~~~~~~반갑습니다. 신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20년 전에는 이 땅 사람들이 “ 너 어디서 왔니?”라고 물으면 한국에서 왔다며 구구 절절 설명을 해야 했는데 요즘은 “꼬레(Corée)”라고 하면, 자기들이 더 신나서 김치얘기 하고 불고기 먹어봤다고 하고, 드라마 제목들 줄줄이 들이댑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30분을 그렇게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목디스크 통증이 느껴져 나왔습니다. 1시간 동안 허우적거리다가는 그야말로 쓰러질 것 같아서 교실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사우나에서 15분간 뜨뜻하게 몸을 덥히고 오늘 운동 마쳤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아파트’ 가사와 빠른 리듬이 무한 반복되었습니다.



#아파트 아파트#APT#윤수일#로제#Gym#줌바#Zumba#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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