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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y View Today

캐네디언들의 흔한 겨울 일상

이들은 주말에 뭐 할까?

by 코리디언

주말이다.

지난주에 내린 폭설로 거의 반 강제로 감금생활을 한 것 같다.

도시는 도시대로 눈 때문에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일 동안 집에만 갇혀 있어서인지 갑갑증이 생긴다.

뒷산에라도 올라가 봐야 될 것 같아 모자에+ 후디 티에+겹겹의 옷을 껴입고, 장갑과 목도리까지 야무지게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예상대로 스노 뱅크가 높이 쌓여있어 인도는 사라지고, 차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

산 입구부터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역시 캐네디언들은 다르군!

겨울이라고 움츠려 들고, 실내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 야외 스포츠나 활동으로 겨울나기를 하는 민족이다. 건강하다!


1. 그들은 겨울에도 달린다.

이들은 겨울이라고 멈추지 않는다. 이 아저씨는 심지어 반바지를 입고 영하의 날씨에 맨살을 드러내놓고 달리기를 하는 중이다.

이 커플도 중무장을 하고 띈다. 캐네디언들은 뛰는 것에도 진심인듯하다.


2. 그들은 썰매 타기를 한다


캐나다는 겨울 내내 눈이 내리고 온통 하얗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 여기가 거기다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배경이 늘 똑같아 구분할 수가 없다. 그 많은 눈을 어떻게 할까?

일단 눈 치우는 차로 한 곳에 눈을 모아 놓는다. 이것을 스노 뱅크라고 한다.

스노 뱅크가 높아지면 눈 언덕이 생기는데 아이들이 눈썰매 타기에는 아주 적합하다.

눈을 단단히 쌓아 다져 놓으면 아이들이 그곳에 올라가도 빠질 염려는 없다.

공짜다!

굳이 눈썰매장이라고 갈 필요도 없이 동네마다 쌓아놓은 눈 언덕에서 가족 모두 썰매를 탄다.

입장료 없는 공짜 눈썰매장이지만, 썰매의 크기로 자존심 싸움을 한다.

일단 크고, 멋져야 기죽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타고 놀았던 그 썰매와 똑같다. so cool!


3. 그들은 스케이트도 잘 탄다

대여문화가 아닌 캐나다에서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몇 안 되는 곳이 우리 집 뒷산에 있다.

겨울이 되면 공원 안에 있는 호수가 꽁꽁 얼면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탔지만, 요즘은 안전의 문제로 여름에는 인라인 스케이트나,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곳에 얼음을 일부러 얼려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겨울 내내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한 번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머리가 은발인 할머니 한 분이 피겨스케이트를 어찌나 자유롭게 타고 계시던지, 산책을 나온 나는 한 참이나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나의 시선이 느껴지셨는지 내게로 와서 멈추셔서 몇 마디 나누었는데, 캐나다는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이라 겨울에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어려서부터 놀이처럼 한다. 자신도 스케이트 선수는 아니고, 평생을 즐겁게 스케이트를 탄다고 하신다. 얼음 위에서는 걸음도 걷지 못하는 나는 그 할머니가 너무 부럽다.

캐나다에서는 아동을 17세 미만이라고 정의 한다. 그래서 시나 주가 정한 공공 기관에서의 대여는 공짜다.

그래서 자녀를 많이 낳는지도 모르겠다.

스케이트 빌려 갈아 신고 있는 사람들과 렌트 가격표


4. 그들은 크로스 컨츄리스키(Cross Country Ski)를 즐긴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는 어려서부터 스키를 타서 거의 선수급으로 스키를 탄다. 그의 어머니와 삼촌은 National 프로 선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친구는 동네 스키장이 자신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스키복

대신에 그저 청바지에다 재킷 하나 걸치고도 잘 탄다.

나는 장비를 풀(Full)로 세팅해도 그런 폼도 실력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폼이 들나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컨츄리스키를 좋아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 지역에서 보다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기 위해 사용된 것이지만, 지금은 레저로도 많이 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스키 레슨 받는 아이들도 신이 났다. 상어복을 입은 강사님을 피해서 달아나다 보면 저절로 스키를 잘 탈수 밖에 없을 것 같다.


5. 그들이 신는 슈즈(Shoes)는 스노 슈( Snow Shoe)

눈이 쌓인 숲 속길을 일반 신발이나 부츠를 신고 걸으면 푹푹 빠져서 걷기가 힘들다.

스노슈를 이용해서 걸으면 눈 위를 걷는 것이 좀 더 쉽다고 한다.


스노우 슈(snow shoe) 트랙을 표시해 놓아 숲속으로 들어가도 길을 잃지 않게 했다. 숲속에서 길을 잃으면 캐나다는 밤 기운이 영하 22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동사하기 딱 좋다. 조심조심해야 한다.

눈 위를 걷는 모습이 가벼워 보인다.

이 할머니는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뵙는 분인데, 늘 이렇게 꼿꼿하게 걸으신다. 이번 겨울에는 크로스 컨츄리 스키를 타러 자주 오시는것 같다. 멋지다.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

내가 즐겨가는 메종 스미스(Maison Smith)가 2026년까지 레노베이션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시켜놓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했었는데...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눈 위를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즐기는 캐네디언들의 일상

몽로얄 ( Mont Royal)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몬트리올 시내 전경

눈이 많이 내린 공원에는 길이 없어졌다. 내가 걸어가면 그곳이 길이 되는 것이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살아낼 때 삶이 되는 것이다.


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캐나다#겨울#눈#흔하#일상#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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