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설렘 가득한 꽃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봄이 겨울왕국인 캐나다에도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학가는 마지막 학기말 고사가 끝났고, 이제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고, 학생들은 마지막 페이퍼들을 끝내고 서둘러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2주짜리 여름 학기를 신청한 학생들도 있고, 이들마저 돌아간 캠퍼스는 한산하고 우리도 시간적으로, 느낌적으로 좀 여유가 생긴 듯해서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벚꽃 구경을 가기로 했다.
뜬금없이 벚꽃이 보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한국의 뉴스를 보니 3월 4월 벚꽃 놀이에 대한 글과 사진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20년 캐나다 살면서 처음으로 꽃놀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벚꽃을 볼 수 있지만, 군락을 이룬 곳이 없어 꽃놀이를 핑계 삼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해서 미국을 가기로 했다.
때마침 유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분이 자기 집이 비어있으니 쉬었다 가라고 초청도 해 주셔서 숙소 문제도 해결되고 먹을 것만 좀 챙겨가며 되겠다 싶어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설렘이다.
국경에서 혹시 시간을 많이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린다.
그래도 좋다. 꽃잎만 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직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 남편이 직접 커피빈을 갈아 내린 커피 향이 차 안 가득 퍼지고, 보슬비와 함께 솜이불처럼 살포시 내려앉은 안개가 낭만적이다.
다행히 국경은 한산했고, 미국 국경의 직원도 까다롭지 않았다.
수월하게 국경을 넘어서 남편과 운전석 자리를 바꿔 이젠 남편이 운전할 차례.
창 밖의 풍경은 넓은 들판에 이제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어 보이고, 북미의 흔한 농촌풍경이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산자락에 걸려있는 구름과 안개들이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무릉도원을 상상하게 만들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바로 그 세계 안으로 빨려 들어갈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과 내가 살고 있던 도시에서 1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도 도시와 색다른 풍경이 그저 좋기만 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뉴 햄프셔 (New Hampshire) 주에 있는 조그만 항구 마을 포츠머스 (Portsmouth)이다. 17-18세기 영국인들이 정착한 한 마을로 뉴잉글랜드 문화를 볼 수 있는 주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도 꽤나 친절하고, 아주 조용하고, 너무 조용해 심심할 정도이다. 4시간 반을 달려 마침내 시청(City Hall in Portsmouth)과 사우스 밀 폰드(south mill pond)에서 우린 벚꽃을 볼 수 있었고, 그곳엔 나이가 지긋이 드신 남자분이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진다.
이왕 이곳에 왔으니 맛집도 가고,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관광지도 가 보았다.
주차장 Parking
일단 차를 주차해야 해서 주차장을 알아 보아 앗다.
길거리 주차 (Street parking)는 처음 1-3시간 동안은 시간당 $2이지만 그 이상을 주차하면 시간당 $5씩 내야 한다.
우리는 Hanover Parking Garage에 차를 주차했는데 시간당$2이며, 일일 최대는 $40이면 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도서관이나 시청 그리고 공원 근처의 공공 주차장(Public Parking)은 주민들을 위해 2시간 무료 주차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시간만 잘 계산한다면 공공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를 하고 주차비를 아낄 수도 있겠다.
먹거리: 팝오버 Popover
팝오버 Popover는 요크셔푸딩과 비슷한 계란 반죽으로 만든 가벼우면서 속이 빈 머핀의 한 종류로, 일반적으로 머핀 틀이나 팝오버전용 팬에서 굽는다. ‘팝오버 Popover’라는 이름은 반죽이 굽는 동안 머핀틀의 위를 뚫고 올라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로 인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약간 비어있다.
팝오버 Popover는 종종 아침이나 브런치 메뉴로 제공되며, 때로는 버터, 잼, 다른 달콤한, 또는 짭조름한 재료로 채워져 있다. 뉴잉글랜드 요리에서 특히 인기가 많지만,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즐겨 먹는다.
포츠머스(Portsmouth)에도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https://www.popoversonthesquare.com/
가 볼만한 곳 (Attraction)
1. Market Square
도심의 중심에 있으며 도보로 관광할 수 있다. 미술 갤러리, 서점, 골동품가게, 민족 음식점 및 많은 17세기의 건물들이 있는 활기찬 곳이다. 광장에 분수도 있고, 뉴잉글랜드 양식의 교회도 있으며, 사람들이 여유롭게 길가 벤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에 책도 읽고, 신문도 읽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다. 우리만 바쁘게 이곳저곳을 서성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우린 외지에서 온 관광객 티가 확 났다.
2. Strawberry Bank Museum
이곳은 원주민들이 계절마다 모인 깊은 역사를 갖고 있는 장소이다. 고고학자들은 아베나키 ( Abenaki)족들이 12000년 전에 사냥, 낚시, 및 식량준비를 위해 계절 마다 이 해안에 모였던 흔적들을 찾아냈으며, 1623년 영국 식민지 선조들은 현재의 뉴햄프셔(New Hampshire) 해안을 따라 정착했으며, 피스카타쿠아 강(Piscataqua River) 따라 집을 지었다. 그들은 이 정착지를 스토베리 뱅크( Strawberry Bank)로 명명했는데, 아마도 강둑에 야생 딸기가 많이 자라는 것을 보고 그렇게 지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이 박물관은 인디언의 역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전시해 놓고 있으며 , 매력적인 전통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전통 공예시범을 관람하고, 역사를 탐험할 기회를 얻는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민속박물관과 비슷할 것이다. 일반 입장료가 $24이고, 정원 가이드를 신청하면 $10이 추가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서 밖에만 둘러보고 왔다.
3. USS Albacore Museum
USS알바코어(Albacore)는 현대 잠수함에 사용되는 실험적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미해군이 설계한 연구잠수함이다. 미해군은 현대 미국 잠수함에서 사용되는 고속무소음 작전으로 이어지는 최고 기밀 기능을 시험했다. 오늘날 알바코어(Albacore)는 잘 보존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고, 모든 방문객들은 내부로 들어가 탐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이 없는 관계로 GPS를 사용할 수 없어 길을 헤매다가 여기를 들어가게 되었다.
관광시즌이 아니라 잠수함만 덩그마니 서있는 곳에서 인증사진만 빨리 찍고 나왔다.
그 외에도 둘러볼 곳이 많이 있지마는 우리는 프레스코트 공원(Prescott Park), 과 비밀의 정원 같은 도서관, 시청, 작은 카페들을 돌아보고 왔다.
새로운 곳에 가면 알게 모르게 도파민이 나오는지 피곤한지 모르고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물먹은 스펀지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올해 벚꽃 놀이 아주 만족이다. 구경 한번 잘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바쁜 일상에서 작은 쉼을 가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