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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Feb 16. 2021

남미스러운 도시, 쿠스코

쿠스코 첫날, 페루

눈을 떠보니 쿠스코이다. 아주 먼 길을 왔다.

야간 버스에서 침대와 같은 좌석에서 잠도 편하게 잤지만, 몸은 편하지 않은 느낌이다.

이른 아침의 쿠스코의 쌀쌀한 공기가 내 잠을 마저 깨운다.


택시를 타고 바로 아르마스 광정 근처 낡은 호스텔로 향한다.

우유니의 호스텔과 비슷한데, 규모는 조금 더 작다.


쿠스코 호스텔로 가는 길, 그리고 근처 세탁소


첫날은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시내 구경이나 하기로 한다.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가는데 여태 남미에서 보았던 광장이라 했던 것들 중에 제일 크고 예쁜 것 같다.

아르마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음식점과 카페는 모두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광장 주변에는 투어 및 마사지 홍보를 엄청나게 해댄다.

"마사~지" 소리가 귀에 질리도록 들려온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그러고 있다.

아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


산 페드로 시장으로 향한다.

쿠스코에서 유명하기도 하고, 엄청 큰 시장이라고 한다. 겉모습을 보니, 부산의 노량진 시장이 생각난다.

산 페드로 시장 앞에 있는 츄러스를 3 솔이라는 싼 가격에 먹는데 맛이 아주 좋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산 페드로 시장에는 기념품, 과일 쥬스, 식당들이 엄청 많다. 쿠스코를 먼저 여행한 여행자들의 말에 의하면 과일 주스가 아주 일품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기대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시장 안에 있는 주스 거리에 들어서자 양 옆에 늘어선 작은 쥬스 가게들에서 저마다 메뉴판을 흔들며 호객을 해댄다. 아주 무서울 지경이다.

메뉴도 다 비슷하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서 아무 곳이나 찾아 메뉴를 훑어본다.


츄러스, 그리고 산 페드로 시장의 식당들


오렌지 쥬스를 하나 먹는데, 볼리비아에서 먹은 오렌지 쥬스가 더 맛있는 느낌이다.

역시 오렌지 쥬스는 볼리비아가 최고다. 특산물로 홍보해도 좋을 정도.

음료를 한 번 더 리필해주는 것을 먹고서 기념품 구경을 한다.

남미에서 보아온 모든 기념품을 여기에 다 파는 것 같다. 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건지, 기념품을 보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다. 결국 피스코와 마그넷 몇 개를 사고서 또다시 싸구려 시장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는다.


산 페드로 시장의 과일 쥬스 상점 거리, 글고 싸구려 시장 밥

길거리 혹은 시장에서 파는 밥은 볼리비아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메뉴도 다 비슷하고 음식도 비슷해 보인다.

위생은 좋지 못하고, 가격은 싸고, 여전히 고기는 질기다. 그래도 양은 엄청 많아서, 결국 다 먹지 못한다.

혼잡하고 시끄럽고 더러운 산 페드로 시장을 빠져나온다. 오래 있을 곳은 못 되는 듯하다.




쿠스코와 페루의 명물, 12각 돌을 보러 길을 나선다.

쿠스코는 애초에 마추픽추로 향하기 위한 관문과 같은 도시라서 딱히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있는 볼거리가 전부 근처에 있어서 따로 이동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은 장점으로 보인다.


처음에 이름만 들어서 이게 왜 12각 돌인가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각이 12개여서 12각 돌이란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나 보다.

실제로 보니 돌로 쌓은 벽에 빈 틈 하나 없이 각이 다 맞춰져 있다. 이걸 직접 구한 건지, 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대단한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의 정성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12각 돌

12각 돌 옆에는 아타우알파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며 팁을 받는 사람이 있다.

내가 돌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돌을 잠깐 터치하니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만지지 마세요"라고 소리친다. 한국인인지는 모르겠고, 동양인인 것은 확실하니 대충 다 말하고 아무거나 알아 들어라-라는 느낌이다. 문화재라서 이해는 가지만, 만진 것도 아니고 살짝 건들린 건데 예민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돌을 지키는 수호신인가, 쿠스코에서 나온 직원인가, 아니면 페루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에서 하는 것일까.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모두 이어져있는 관광지와 숙소들. 

멀리 움직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구경할 수 있는 곳.


쿠스코를 마지막으로 나와 A는 다시 갈라서게 된다.

나 홀로 이카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러 길을 나선다. 그때 피츠로이에서 만난 선생님 두 분이 연락이 온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지나가던 나를 봤다는 것이다. 잠깐 얼굴이나 보러 광장 근처 카페로 올라간다.

원래 시간이 남으면 혼자 마사지를 받으러 갈까-라고 생각했지만, 우선 카페로 가본다.


카페 뷰는 환상적이다. 

열려있는 창문 뒤로 아르마스 광장이 떡하니 보인다.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

선생님들이 사주신 커피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여기를 들리지 않고 바로 터미널로 향했다면, 아주 큰일 날 뻔했다.


내일 마추픽추로 가신다는 선생님들은 잉카 레일을 타러 가신다고 하는데,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그러다 마법같이 4시가 다 될 무렵에 비가 그치고, 우리는 카페를 나선다.

터미널로 돈을 아끼려 걸어가는데, 도보가 너무 좁아서 사람들을 재치며 가려니 너무 혼잡하다.

열심히 걷고 뛰어도 구글맵을 보니 터미널까지는 한참이다.

근처 경찰에게 길을 물으니 그냥 택시를 타라며 웃으시며 말하신다. 친절하게 요금까지 알려주신다.

괜찮다고 하며 걷다가 결국, 택시를 잡고 만다.


남미에서 택시를 잡으면 항상 기사에게 말을 붙인다.

3주 동안 배운 아주 간단한 스페인어 몇 마디와 손짓 발짓 모두 총동원해서 말이다.

치안이 좋지 않아 기사에 친근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함도 있다.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카로 가는 버스 요금은 다양하다.

80 솔부터 150 솔까지 거의 2배나 차이가 난다.

무슨 차이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좌석이 얼마나 눕혀지는지, 식사 제공이 되는지 등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카로 가는 버스는 남미에서 마지막 야간 버스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결국 제일 비싼 표를 끊는다.


터미널에서 보이는 쿠스코 예수상


쿠스코에는 곱창집이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잘 팔리는 곱창이지만, 이곳 남미에서 곱창을 파는 집은 흔치 않다.

한국 곱창은 가격이 너무 비싸 먹기 부담스럽지만, 이곳 쿠스코 곱창은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많아서 다들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남미 단톡 방에서 곱창을 먹을 사람을 한 명 구해서, 나와 A는 곱창집에서 만나기로 한다.

곱창 하나와 소 심장 하나를 시켜 먹는다.

곱창 맛인 것은 확실한데, 기름지기도 하고 한국식이 아니라 그런가 질감도 조금 질기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뒤이어 한국인 6명 정도가 우르르 들어온다. 역시 이곳도 한국인 명소였던 것인가.

다 먹으니 배는 부른데, 포만감이 들지는 않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가게를 빠져나간다.


오는 길에 라면 2 봉지를 산다. 라면을 파는 곳이 있나-싶어 검색해보니 몇 군데 있었고, 그중 한 곳에서는 한국 라면을 종류별로 진열해놓고 있었다.


쿠스코 마트에서 파는 라면

쿠스코의 골목길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의 야경은 마치 피렌체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유럽의 지배를 받아 유럽풍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는 듯하다.

보도 양식이 그러하고 광장이 있는 것 또한 유럽과 매우 닮아있다.


특히, 주황 가로등이 광장과 골목길의 돌들을 반짝이게 빛나게 하는 모습은, 나로서 2년 전의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쿠스코의 골목길


근처 성당 앞의 작은 전망대에 오른다.

가는 길에 클럽이 있고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함께 경찰도 보인다.

쿠스코에 클럽도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작으면서도 위험해 보인다.

심지어 마약을 하는 것 같은 사람도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니 쿠스코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라파즈의 위대한 야경을 보아서일까, 생각만큼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그렇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내일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위해 숙소로 향한다.


아르마스 광장의 야경, 그리고 쿠스코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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