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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Sep 04. 2021

사람이 선물이 되는 순간

고독한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사람들


철저히 혼자이기를 자초하며 가급적 모든 것을 혼자서 해보려고 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오지랍을 떨면서 나 자신도 감당이 되지 않으면서 흘렸던 마음들에

다시 돌아오는 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무언가가 돌아오지 않아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아닌척 괜찮은 척하면서 참으로 오랫동안 그것들에 대해 쿨해지지 못했다.


길거리의 추위에 떨고 있거나 휴지통을 뒤지는 고양이를 보며 마음이 쓰여 걱정에 한숨이 나고...

티비나 뉴스에서 쓸쓸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마음을 아파하기도 하는 건 고사하고,

잠시 지나갈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큰 기대를 걸며 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지고 싶었던 걸까?


착한여자 콤플렉스같은 그런거? 누군가는 나는 그만큼은 아니라고 그래도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근 이년간 난 좀 닫힌 관계를 가졌던 것은 맞다.


모든 관계가 늘 오래도록 지속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절, 어느 순간 필요한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것을 반드시 지금은 연락을 안하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소모적인 관계로 정리를 하고 내 사람을 챙기며 관계 정리를 시작했던 거 같다.


내가 들인 노력과 시간 에너지를 별다른 노력없이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래 잘했다고 생각했다.

함께 밥을 먹기보다 혼자서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듯한 삶의 업데이트를 위해 차 한잔을 마시는 것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게 마시는 커피 한잔과 상대방의 커피 한잔의 값으로

맛있는 케익 한 조각을 더 얹어서 더 높은 효용성을 얻고 싶었다.


관계에 철저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내 딴의 대안을 마련한 건지 모른다.

그게 잘하는 것이고,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근 일년 아니 이년....

정말 생각보다 신경쓸 거리가 적어졌고, 괜한 에너지의 소모도 줄여져서 만족스러운 관계 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근원에는 내가 피해를 보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이 깔려있던지도 모른다.


홀로 사는 삶의 즐거움 같은 그런걸 느끼며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그런데 혼자만이 갖는 자유와 즐거움에 즐거워하고

그 자유에 도취되어서 모든 관계에 심드렁해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2월 한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서

나를 위로 하는 것은 홀로 보낸 숱한 시간이 아니었다.

지나간 사람들의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고 분주해 돌아볼 여유 없이

그저 행복하겠지 했던 사람들의 안부 인사가 이다지도.. 반가웠을까?


왜 이렇게 오지랍을 떠는 관계가 의미없다고 여겼던 내게

사람들의 격려와 가벼운 안부가 왜 그리 따뜻했을까?


잘지내고 있어요? 보고 싶네요~

함께 놀던 시간들이 그립네요!!!

참 신기했다.

고독이 익숙했던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사랑이 피어오른다.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사랑이...


사람이 선물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십년이 넘는 시간 대학에서 만나 꾸준히 알아온 동문이..

고향친구가 ...

시간으로만 따지자면 제일 짧지만, 내 마음을 똑똑 두드리는 그들의 기척에

나도 어딘가에서 외로워 혼자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에게

똑똑 두드리고 있었다.



내게 붙여준 귀한 인연들, 사람들, 좋은 사람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도 다시한번 혼자서 외롭게 고독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그들에게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려고 한다.


고독한 마음에 조용히 노크를 하고 물어봐준

그들처럼

나도 다시 한번 따뜻한 관계 맺기를 다시 시작해본다!

사람이 선물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침잠했던 마음에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파동을 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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