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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Mar 22. 2020

삶의 비밀

삶의 시간을 돌아보는 매 순간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숙명적으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여러 가지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으로서 주어지는 자유만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나 이외의 사람에겐 쉽게 털어놓지 못할 은밀한 비밀과도 같은 삶.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다시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한 가지 비밀이 생긴 셈인 것이다. 우리는 이 비밀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존재가 아니라 사연을 쌓아가는 존재라는 글귀를 보았다. 정말 공감이 가는 글귀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 삶을 얼마만큼 견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세상에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 하니까.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보고, 듣고 싶어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상대방에게 투영시킨 것과 다르지 않았다.


삶이 허전했다. 허무했고 그래서 쓸쓸했다. 고독인 줄 알았으나 우울했고 그것은 외로움의 결정체였다. 나의 삶을, 내가 가진 사연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까. 나는 좌절이 먼저 앞섰기에 위로를 받으려 이해시키려 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만큼 나의 삶이 짓밟히는 두려움도 뒤따랐다. 나는 이 글을 쓰다 보니 느껴지는 바가 있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가족들에게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수없이 생채기를 낼 뿐이었다. 서로가 보고 싶어 했던 것, 듣고 싶어 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의 허물을 보듬어 주지 못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래서 울타리 안의 믿음은 무참히 사라졌고 그만큼 악한 존재가 되어 세상에 남아 있을 뿐이다.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느낌, 단지 봄밤이 주는 따스한 기운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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