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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pr 13. 2020

놀이터

요즘에는 언제부터인가 놀이터보다는 벤치와 간편한 운동기구가 설치돼있는 공원이라 불리기 애매한 쉼터가 눈에 많이 띈다.

이십 대였다. 그 무렵 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오락실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하루는 저녁 식사할 때쯤이었다.  놀이터 기구에 앉아 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싸울 듯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주먹질이 오고 갔다. 놀이터의 모래는 사방으로 날리고 그 옆으로  다른 남자아이 둘 주먹질하는 남자아이들을 말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 아이는 광대 한쪽만 빨갛고 또 다른 아이는 광대가 양쪽 다 빨갛다. 둘 다 울음이 곧 터질 듯 꾹 참고 있었다.  왜 싸움이 일어났을까.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사건을 종결고 있었다. 누가 싸움에서 이긴 것일까??

아이들은 양쪽 광대가 빨갛게 된 아이가 이겼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쪽 광대만 빨갛게 된 아이는 억울한 표정이다. 즉 양쪽 광대가 빨갛게 된 아이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된 거고 한쪽 광대만 빨갛게 된 아이는 맞아서 빨갛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던 나는 그 아이들의 셈이 참 귀엽고 재밌기까지 했다.

그래도 싸움을 한 그 아이 둘은 맞아서 아팠든, 억울했든 끝까지 울지 않았다. 울면 지는 건 당연한 사실인가 보다. 그런데 놀이터의 그 아이들이 부럽기만 한 요즘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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