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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가게에 이전에 일하던 사람이 있었다. 파트타이머였지만 본인이 유통 사업을 배우기 일해서 가게에 들어왔고, 일도 열심히하고 잘했다. 점장은 그 사람을 부점장으로 임명(?)했고, 하루아침에 같은 파트타이머에서 부점장이 되었다. 보통 파트타이머들이 하지 않는 발주업무와 여러 업무들을 그가 도맡아서 했다. 나는 주말 알바이고 그 사람은 평일이라 마주칠 일은 없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둬서 새롭게 알바를 구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새로운 부점장이 있었지만 왜인지 그가 사람들의 면접을 봤다. 건너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주말에 일하는 우리들을 비난했다. "주말 인간들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다. 자기가 관리 해야하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다. 주말애들 일하는 것처럼 하면 안된다. 주말만 지나면 가게에 엉망이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 또 한편으로는 감시 당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무서웠다. 같은 파트타이머 주제에 일단 우리를 관리 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괘씸했고, 주말에 가게에 한번도 나온 적 없으면서 모든 것을 다아는 것처럼 우리들의 일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이 기분 나빴다. 또 계속 CCTV를 통해서 나를 지켜보면서 나를 한심하게 봤을 생각에 무서웠다. 하지만 속상하게도 그 사람이 나보다 일을 잘하고,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별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나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나는 스스로에게 '일 열심히 안하는 주말 알바' '관리 당해야하고, 늘 감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주말 알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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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애인과 밖에서 놀고있었는데 단톡방에 점장의 카톡이 왔다. 주말에 일을 엉망으로 해놓고, 물건도 안채워놔서 자기와 부점장(위에서 이야기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이 긴급하게 지원왔다는 이야기였다. 실망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식으로 장문의 톡을 올렸다. 나는 무서웠다.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물건을 채우고 정리하는 역할은 나의 것이기에 사실상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예전에 가게에 직영점이어서 3진아웃제가 도입되어서 잘못하다가 걸리면 감봉 등의 징계제도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여서 내가 3진아웃제에 걸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점장이 CCTV를 돌려서 내가 일하는 것, 움직이는 것 일거수 일투족을 돌려보고 하나하나 찾아서 욕하면 어쩌지 무서웠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더 강한 강도로 감시당하고 욕 먹을 것이라는 생각에 암담했다. 그리고 주말을 손보겠다던 그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이 오니 그의 말이 옳았던 것 같고, 나는 일 열심히 안하고, 관리 해야하는 알바가 된 것 같아서 절망스러웠다. 이번주 토요일에 점장을 만날 텐데 또 한소리 듣거나 징계 당할 것이 무서웠다. 그리고 괜히 나 때문에 다른 주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도 같이 욕을 먹게 된 것 같아서 미안해서 얼굴보기도 무서웠다. 또 일요일에 만나는 월요일 평일 아르바이트생이 평일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욕할지 걱정되었다. 무섭고, 절망스럽고, 또 무섭고 걱정되었다.
한편으로 억울하기도 했다. 주말에 정말 손님이 많았고 그래서 물건을 채워도 채워도 계속 빠져나고 더워서 힘들었다. 나는 한다고 최선을 다하기도 했는데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니 속상했다. 그러다가도 내가 더 할 수 있었는데 농땡이 피우고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뜩 올라와서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 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검열하고 봉인했다. 그리곤 나에게 남은 것은 온갖 상처와 공포로 망가져버린 마음과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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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에게 동료들이 있는 카톡방에 공개적으로 혼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하겠다고 항변해도 내가 보고있는 나의 모습에 부족한 것이 있음을 알기에 죄책감이 몰려온다. 공개적으로 혼났기에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 볼 것이 두렵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탓으로 몰려올 생각에 머리가 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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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을 열심히 하면 되고, 점장이 뭐라고 하면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끝날 간단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몇의 경험과 생각들이 이 간단할지도 모를 일을 어렵게 끌고 나가게 한다. 이미 나에겐 간단한 일은 아니니 이것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역사 속에서는 복잡하고 섬세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투자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복잡하고 섬세하고 어렵게 해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