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진상의 종류는 다양하다. 돈 던지는 놈, 반말하는 놈 등 공통점이 있다면 무의식적인 행위라는 점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을 여지가 있다. 앞에 있는 노동자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서 돈을 던지거나 반말을 하는 놈은 없다. 그 놈들이 살아온 배경문화가 그런 것이다. 어려보이는 놈에게 반말하고, 오로지 자신만 편한 행동을 하는 문화다. 이 자체로도 매우 반사회적이고 속된말로 틀려먹었다. 어찌되었든 악한 일이지만 악의는 없다. 의지가 아니다.
더 악의적인 놈들이 있다. 이들은 무의식일 수 없는 일로 진상을 부린다. 명백히 의식적으로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죄임을 인지하고 난동을 부린다.
눈앞에서 산 캔디의 포장을 뜯더니 갑자기 희번득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이렇게 뜯으면 환불안되죠? 흐흐"
"안됩니다."고하니 같이 온 사람(이 사람도 우리 편의점에서 막나가는 진상으로 유명하다. 반말에 돈던지기 대답안하기 등등 종합진상세트다. 그래도 이놈은 무의식파다)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하는지 궁금해서 ㅋㅋ"
하면서 나간다.
말은 의식의 행위다. 포장을 뜯는 것은 무의식으로 불가능하다. 친히 의도까지 밝히면 의식적인 진상임을 깨닫게 된다. 악한 일을 악한 '의지'로 행하는 이들은 현생 악마다. 인간과 악마의 혼종이다.
이외에도 다양하다. 아이스크림 사고 포장지랑 모양이 다르다고 환불하러 오는 놈. 아이스크림 다먹고 맛이 없다고 포장지만 들고 환불하러 오는 놈. 어제 산 맥주 따서 마시고 좀 남앗다고 환불하러 오는 놈 등 이것은 문화적 배경이 아니라 개인의 인성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에 정말 다양하다. 직접 당하면 인간의 자손임이 믿기지 않는다. 악마의 후손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할 수 있나 싶다.
이런 악마들이 많으니 편의점 노동을 하면 대처법도 생긴다. 애초 구입단계부터 아이스크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환불이 안된다고 미리 고지하는 매장도 있고, 포스기 앞에 '영수증 없으면 환불 불가'라고 붙이는 매장도 있다.
악마는 없애는 것은 신의 사자인 천사의 소관이다. 인간인 나로서는 방도가 없다. 이렇게 잘 기록해서 악마의 증거를 온세상에 퍼뜨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