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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특별한 반응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생리대'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 가게는 모든 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려 노력하는(그렇게 해야만하는) 직영 편의점이다. 경쟁가게나 파파라치에게 걸려서 벌금을 내게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가게에서는 신경쓰지 않는 봉투값 20원을 목숨처럼 받아내려고 한다. 경쟁가게나 파파라치에게 걸려서 벌금을 내게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봉투값을 받는 것을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게의 위치 특성상 물건을 한 번에 많이 사는 호텔 투숙객들이 많고, 물건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 그렇게 까지 저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리대를 구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리대를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봉투값이 20원이고 필요하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짜증을 낸다. 그리고 노란봉투가 아닌 검정봉투에 남성인 내 손이 닿지 않도록 해서 본인이 봉투에 꽁꽁 싸서 주머니에 사서 부리나케 사라진다. 신경질적인 태도와 어떤 색도 아닌 오로지 검정 봉투만 추구한다. 사람인지라 신경질 적인 태도와 마주하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내가 아르바이트여서 만만해서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라 의심하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의문이 생긴다. "왜 저렇게 까지 생리대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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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몇몇 사건이 있었다. 어떤 중년의 여성이 생리대만 구입하고서 내가 봉투가 필요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봉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가격이 20원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손님이 화를 냈다.
"당연히 넣어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생리대를 구입할 일이 거의 없는(애인의 것을 대신 사줄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왜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봉투20원이 아까워서 나한테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 것인가 싶어서 나도 표정을 확 구겼다. 더럽고 치사하니 얼른 보내자는 생각으로 그냥 봉투에 넣어서 얼른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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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조금 가라 앉고 나서 '검정봉투에 싸여서 주머니에 넣어서 숨기듯 사라져야했던 생리대'에 대해서 생각했다. 생리대는 여성에게 필수품이다. 생리를 하는 여성이라면 생리(월경)가 시작되면 생리대가 필요하고 구입해야 한다. 예상치 못하게 생리(월경)이 시작된 경우에는 어디를 가도 있는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구입하게 된다. 필요하고, 급해서 들어온 가게에서 생리대를 구입하는 것에 여성들은 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일까. 생리(월경)이 나오는 날에 생리대를 사러 남성이 일하는 편의점에 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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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남성들 속에서 학교생활을 보냈던 나는 '생리,월경'이라는 단어를 들어볼 일이 없었다. 주위에 생리를 하는 사람이라곤 수업시간에 들어오는 선생님 뿐이었는데 그 선생님이 우리에게 생리,월경 이야기를 해줄리는 없었다. 그렇게 단절된 경험 속에서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남성들은 생리를 '몽정'과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 생리나 몽정 모두 섹슈얼한 공간(?)에서 나오는 분비물이고, 그것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온다는 것에 착안해서 이해했던 것 같다. 예전에 snl에서 김숙이 나와서 남성에게 "몽정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이는 생각보단 일상적인 것이다.
이 정도에서 남성들의 생리에 대한 '상식'은 멈춘다. 이대로 자라난 남성들은 '생리'란 몽정처럼 조금 찝찝한 것 정도로 이해하고 살아간다. 이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모든 분야의 괴상한 상식들을 극도로 강화시키고 나면, 이 관념을 극심해진다. 이 때 '생리공결'과 '여성휴게실' 등과 마주한다. 그저 찝찝한 것에 불과한 분비물이 나온다고해서 공식적으로 수업을 빼주고, 휴게실을 만들어주고, 기저귀 같아 보이는 생리대도 제공한다. 이들에게는 이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불합리 한것으로 느껴진다. 몽정한 것처럼 팬티 갈아입고, 물로 잘 씻어내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성애연애를 하면서도 이어진다. 여자친구가 생리한다고 하면 '무슨 날에 다 나오는거야?'라고 물어본다거나, '오늘 생리하니까 안에 싸도되겠다'고 기뻐한다. 그리고 생리 중에 섹스해서 피 묻은 자신의 성기를 보면서 '떡볶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야만이다. 생리 중에 섹스를 하면 세균에 더 잘 감염되어서 위험하거나, 몸에 안좋을 수 있다는 것 따위는 그리 중요치 않다. 생리는 오줌이나 몽정처럼 하루 싸면 끝인 찝집한 일이니까.
남성들은 그 집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생리를 이해한다. '피가나고, 찝찝한 것, 질내사정이 가능한 날'을 큰 특징으로 하는 정의를 내리고 그에 따라 생리에 관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생리가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며, 하루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쓰러지는 사람도 있고, 생리 중 섹스가 세균 감염 위험성이 높다는 등등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섹스'와 연관지어서만 여성의 몸을 생각하는 것이다. 섹스할 때 필요한 지식외에는 여성의 몸에 관한 지식은 남성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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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면서 화를 냈던 그 사람에게로 돌아가자. 보통은 생리 날짜를 미리 예상해서 생리대를 가지고 온다. 생리가 심한 사람일 경우에는 여행을 오거나 멀리가는 일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나에게 짜증을 냈던 그 사람은 본인의 예정일보다 생리가 빨리 나와버렸고, 준비된 생리대가 다 떨어졌거나 없었을 것이다. 여행을 와서 배가 아프고, 속이 쓰린 느낌에 매우 신경질 적이 되었을 것이다.
중년의 여성으로 추정되었던 그 사람은 어릴 적부터 '생리,월경'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숨겨야 했다고 교육 받았을 것이다. 남녀합반이었으면 남자들에게 '기저귀'차고 다닌다는 놀림도 받았을 것이고, 같은 여성들에게는 칠칠맞지 못하게 생리하는 것 티내고 다닌다고 비난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아무리 생리통이 심해도 동료 직원들의 눈초리로 인해서 생리공결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평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생리는 부끄러운 것, 참아내야 하는 것, 숨겨야하는 것이었다. 특히, 섹슈얼 한 것이기 때문에 '남성'에게 들키거나 알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그래서 계산대에 있는 남성인 나에게 짜증을 내고, 내가 생리대를 잡아서 봉투에 넣으려고 하자 제지하고 본인이 직접넣었을 것이다. 숨겨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샛노란 봉투가 아니라 검정색 봉투가 필요했을 것이다. 본인이 신경질 적임을 알고있을 수도 있지만, 당장 앞에 있는 나에게 친절하게 할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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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것은 생리대를 구입하는 모습이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중년(40~50대로 추정되는 여성)들은 생리대를 구입하면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내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얼른 구입하고 이 공간을 떠나고만 싶어한다. 하지만 그 보다는 젊은 20~30대 여성들은 당당하게 생리대를 구입한다. 검정봉투를 달라거나, 내 눈을 못 맞주치지도 않는다. 봉투는 필요없다고 이야기하고, 가방에 넣어가거나 한 손에 들고서 가게를 나선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가고 바뀌어가고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혁명'이 일어난 것 처럼 큰 변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비닐봉투에서 가방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넣어서 가야하는 것임에는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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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는 콘돔과 과 함께 편의점 내에 있는 가장 '섹슈얼'과 관련된 상품이다. 가끔 남성 손님들이 누군가의 것을 대신 사주기 위해서 오는데, 이 때도 신기하게 매우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한다. 콘돔을 살 때는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면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생리대만 손에 쥐면 갑자기 얼른 이 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초조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하는 '생리'가 부끄러운 일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파서 약을 사가는 것이라거나, 꼭 필요한 것을 전달해준다는 뿌듯함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부끄러운 일을 자신에게 시켜서 불쾌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중년 여성들과 비슷하게 대부분 검정 비닐봉투에 꼭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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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일을 오래하다보니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들을 구입할 때 표정으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 검정봉투와 생리대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가장 의아하고 신기한 부분이었다. 나도 노력하고, 더 많은 이들이 노력해서 생리대를 양 손에 들고 저글링하면서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되어야 일을 하는 나도 신경질에 감정노동을 하고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온다. 여성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 비정규직노동자인 나의 삶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적어도 생리대 구입하는 동안에라도 말이다. 그러다 모든 상품에 대해서 자유로워지면 편의점 알바인 나도 '해방감'같은 것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