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와 불안

by 바다

- 나의 집은 경제적으로 가난했다. 아주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내가 인지했건, 하지 못했건 우리집은 늘 경제적 위기에 놓여있었다. 법원의 압류딱지, 수치심을 유발하는 급식비지원, 너무나도 비싼 수학여행비 등등 살아오면서 늘 가난했다. 부모님은 내가 보는 앞에서 한번, 그리고 수십차례에 걸쳐서 돈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아빠는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엄마는 결혼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다. 엄마는 할 수 있는 모든 일과 체력을 쏟아부어서 돈을 벌었다. 덕분에 집은 유지 되었고, 밖에 나앉지는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 그 갈등은 극심해졌고, 아빠는 과대망상과 이런저런 정신질환에 시달려서 엄마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둘은 이혼했다. 경제적으로 무능하면서 집에 혼란을 야기하던 아빠가 사라지면서 집은 평화로워졌다. 엄마는 여전히 일을 하고, 나와 동생도 일을 한다. 동생은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러가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입대준비를 하며 주말마다 편의점 일을 한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수동적이던 어릴 적에 비할 수 없이 안정적인 상태이다.


- 태어날 때부터였는지, 자라면서 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집이 압류되어서 사라져있거나 검은 정장입은 사채업자들이 우리집에 앉아 있지는 않을까 하고 불안해 했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이나 아무도 없는데 전화를 받는 것도 무서웠다. 집에 혼자 있으면 검은 정장입은 아저씨들이 문을 열라고 소리칠 것 같았고, 전화를 받으면 "아빠 어디계시니?"하는 굵은 남성 목소리가 귀를 긁을 것만 같았다. 이 불안감들은 자라면서 더욱 커졌다. 엄마가 일을 무리하게 하다가 쓰러져서 돌아가시면, 우리 형제는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불안이 생기고, 엄마나 가족이 큰 병에 걸리면 돈이 없는 우리집에서 병원비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래서 '건강'은 나에게 항상 큰 화두였다. 가난한데 건강하지 못하면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우리집은 모두 채무의 노예가 될 것이 뻔했다. 어릴 적 돈이 없어서 발생했던 공포와 불안은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 나의 불안의 가장 밑바닥에는 '돈'이 있다. 어떠어떠한 경우가 있을 때, 나는 돈이 없기 때문에 큰일이 난다는 것이 내 불안의 주된 알고리즘이다. 그래서 돈을 참 좋아한다. 통장에 몇십만원이라도 돈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삶이 여유로워 짐을 느낀다.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더라도 당장 돈이 부족하면 조급하고, 어떠한 것도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활동을 하면서도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돈'이었다.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도 '돈'이 많이 들어서였으니 결국은 '돈'에 대한 불안이 나에게는 제일 힘들었던 셈이다.


- 나의 애인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던 사람과 멀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또 불안이 시작되었다. 애인이 가난에 허덕이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애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경제적으로 무일푼이 되어서 나와 애인의 꿈과 미래가 모조리 무너질까 두려웠다. 지원이 끊긴 것을 모두 애인의 탓으로 하고 애인과 그 엄마가 격렬하게 싸우다가 누구하나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인은 일을 하러 갔다. 오늘 만큼은 열심히 하지 말고 무사히만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 그 불안들은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군대를 다녀와서, 활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더라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지금은 조금 젊어서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지만, 30살이 다되어서도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를 더 파괴해야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 전세든 월세든 집이 있고, 월급을 받고, 밥을 먹고, 교통비와 핸드폰 비를 내면서 사회적인결망 속에 살아가고 싶다. 입대 하려면 아직도 6개월이 넘게 남았다. 섣부른 걱정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애인의 이야기를 듣고서 생계에 대한 불안이 나에게 몰려왔다.


- 최근에 들어서는 이 불안은 내가 의지로 조절하거나, 실제로 돈을 많이 번다고해서 해결될 것이 아님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난 불안을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병원비가 많이 들 것 같고, 군대 가기전에 정신과 진료 받아서 군대에서 문제 생길 것이 두려워서 병원을 가고 있지 않았다. 이제, 이것을 내가 혼자서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힘들게도 한다. 이 불안을 조절하지 않으면 나는 평화로워지거나, 행복해지기 힘들것 이다. 나는 내 생계의 불안정함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실제 매우 불안정했던 나의 삶에서 나는 현실과 상상의 불안감을 학습했다.하지만 그 시절에 비해서 조금 안정적이 되었어도 '불안'이 잠들지 않는다. 이제 나의 불안은 그 스스로 불안을 만들고, 그것에 두려워한다. 나는 이 불안을 조절하고 싶다. 불안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생계에 대한 고민도 정말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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