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절망, 충실함과 허무 사이
아픈 시간을 지나고 나면, 삶의 기준이 아주 단순해진다.
그저 숨을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지는.
일상이라는 챗바퀴를 온전히 굴려낼 힘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문득 고개를 드는 절망감 앞에서, 방금 느꼈던 감사는 이내 힘을 잃는다.
'지금껏 나는 무엇을 했나'라는 물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마음을 갉아먹는다.
쌓아 올린 것이 없는 것만 같아, 감사한 숨조차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살이처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다그치며 또다시 마음을 괴롭힌다.
충실하게 살아낸 하루의 끝에도 허무가 맴돈다.
삶은 이렇듯 모순의 연속이다.
감사와 절망, 충실함과 허무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하루를 살아낸다.
이 모순을 온전히 끌어안는 일. 어쩌면 그 자체가 오늘을 살아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